베를린필 거쳐 솔로…나만의 색깔 찾고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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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티스트 김세현은 욕심이 많다. “내 연주에 만족한 적이 없다”고 했다. [사진 금호아트홀]

플루티스트 김세현(25)은 승부사다. 2008년, 단 한 명을 선발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선발전이 좋은 사례다.

 “보통은 음대 졸업생에게 자격을 줍니다. 하노버 음대 재학 중에 지원서를 보냈는데 초대장이 온 거예요.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내가 가진 모든 걸 보여주고 오겠다고 생각하고 갔어요. 열심히 하자는 생각에 무대에서 떨지 않았는데 2차 시험에서 2등을 했어요.”

 심사위원들은 “놓치기 아까운 인재”라며 이듬해 그를 아카데미생으로 선발했다. 베를린필 관악 분야에서 한국인이 아카데미생으로 뽑힌 것은 그가 처음이다.

 사실 김씨의 승부기질은 어려서부터 있었다. 플루트를 시작하고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입시를 앞두고서도 그랬다. “예원학교에 붙지 못하면 플루트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워낙 하고 싶은 게 많았죠. 서울예고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안되면 다른 길을 찾아서 가겠다고 생각했어요.”

 김씨가 활동했던 베를린필 아카데미는 사실상 객원단원 양성소다. 베를린필의 해외 투어에 동행하고, 1주일에 평균 3번 열리는 정기연주회 무대에도 선다. 그는 베를린필 객원단원 자격으로 40번 넘게 정기연주회 무대에 섰다.

 그는 2011년 베를린필의 아시아 투어 때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섰다. “처음에는 제 연주가 너무 튀어서 ‘작게 작게’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100명이 넘게 호흡을 맞추는 오케스트라에선 플루트에서 나오는 잡음 하나도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베를린필의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을 비롯해 주빈 메타·크리스타인 틸레만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함께 연주했다.

 김씨는 클라우디오 아바도를 가장 기억에 남는 지휘자로 꼽았다.

“래틀은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진 적이 없었고 아바도는 카리스마가 넘쳤다. 아바도는 2011년 말러 교향곡 10번을 지휘했는데 단원들과 호흡이 좋았다. 관객들도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무대에 집중했고 연주가 끝나고 나서도 다른 때와 달리 유독 정적이 길었다”고 기억했다.

 베를린필 2년은 그의 플루트 음색을 바꿔 놓았다.

김씨는 “소리의 목적 자체가 오케스트라에 맞춰 바뀐 것”이라고 했다. “아카데미를 마치고 슬럼프가 찾아왔어요. 나만의 색깔이 없어진 것 같아서 지금은 그 소리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28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독주회는 그 과정 중의 일부다. 전석 3만원. 청소년 8000원. 02-6303-1977.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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