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법외노조 땐 단체교섭권 없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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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고용노동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합법적 노조 지위를 박탈해 법외노조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교육계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친(親)전교조’ 교육감들의 당선 등에 힘입어 영향력을 키워 온 전교조의 향후 활동이 위축되면서 학교 현장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법외노조가 되면 전교조는 10여 년간 행사해 온 단체교섭권을 상실한다. 1999년 합법화된 전교조는 17개 시·도 교육감 및 해당 지역의 사립학교협의회 대표 등과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벌여왔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시·도교육청의 각종 지원도 중단된다. 현재 시·도 교육청은 전교조에 사무실 임대료를 지원하거나 교육청 소유 공간을 사무실로 내주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22일 “법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게 되면 교원노조법과 단체협약 등에 근거한 권한과 지원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교조 조직 활동에 필수적인 전임자 확보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교조 본부와 지부는 교원노조법·단체협약에 따라 70여 명의 현직 교사를 무급 휴직 상태로 파견 받고 있다. 임의단체인 법외노조가 되면 현직 교사 파견이 불가능해진다.

 전교조도 이런 어려움을 예상하고 있다. 전교조는 2010년 이후 ‘해직 교사에 조합원 자격을 주는 노조 규약을 고치라’는 고용부의 시정 명령에 대해 수차례 내부 논의를 했다. 하지만 ‘정부가 간섭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규약 개정이 자칫 ‘해직교사 보호에서 물러선다’는 뜻으로 비칠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조직이 해직교사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경우 전교조 전체의 투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에 따르면 파면·해임 등 중징계로 해직된 뒤 복직되지 않은 전교조 교사는 약 30명이다.

 전교조는 23일 대전에서 열리는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단체규약 개정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입장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난해 말 당선된 김정훈 위원장 등 신임 집행부가 강경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전교조를 비판해 온 보수 성향 시민단체는 빨리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옥순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공동대표는 “법외노조 지정을 머뭇거리는 건 고용부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전교조 교사 기소에 반발=전교조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전교조 선생님들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전날 검찰이 전교조 소속 현직 교사 4명을 이적단체 구성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한 데 대한 반발이다. 전교조는 “이번 수사는 박근혜 새 정부가 국정운영의 안정을 기할 수 있도록 전교조 교사들을 위축시키려는 공안세력의 기획수사”라고 주장했다.

이가영·천인성 기자

◆법외(法外)노조=존재하지만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노조를 가리킨다. 공식적으로 노조라고 인정받지 못하고 단체협약체결권 등 노조로서의 법적 권리도 행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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