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 그를 관통하는 비밀 파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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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동률에게 진짜 궁금한 것은 솔직히 그의 음악이 아니었다. 버클리 음대로 유학을 떠난 후 그가 지내왔던 미국 생활, 거기서 과연 무엇을 하면서 보냈는지가 더 궁금했다. 이런 호기심에 대한 그의 솔직한 대답, 그리고 그의 얘기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김동률의 진짜 모습 엿보기.

기자 : 무척 피곤해 보이는데 저녁은 먹고 왔나요?
김동률 : 오는 도중에 차 안에서 김밥 먹었어요. 지난해 8월에 2집 발표하고 오랜만에 한국에 와서인지 친구들도 만나고 앨범 활동하느라 피곤하기도 하고 요즘 정신이 없을 정도예요.

기자 : 지금은 어디에서 머물고 있나요?
김동률 : 부모님과 함께 있습니다.

기자 : 현재 버클리 음대에 재학 중인데 미국에서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나요?
김동률 : 룸메이트와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고 있어요. 서울로 치면 일산 정도 되는 곳에 살고 있죠. 이번에 한국에 오면서 한 학기 휴학했어요. 내년 1월까지 아마 한국에 계속 있을 예정이에요.

기자 : 3집 앨범 작업하랴, 학교 다니랴 무척 바쁘게 지냈을 텐데… 미국 생활은 재미있어요?
김동률 : 전공이 영화음악이고 평소 해보고 싶었던 분야라 학교 생활은 무척 신나고 재미있어요. 학교에 한국 사람들이 많은 편인데 다들 친하게 지내고 있죠. 그러다 보니 영어 실력이 안 느는 것이 문제지만(웃음). 주위에 온통 음악하는 사람들만 있으니 더 열심히 공부하고 또 배우게 돼요. 아마 한국에 있었다면 유혹이 많았을 거예요. 특히 술 유혹이요.

기자 : 술을 참 좋아하나봐요.
김동률 : 소주 1병 반 정도 마시면 보통 사람치고는 술이 센 편이죠?

기자 : 미국 생활이 적성에 잘 맞는다 하더라도 한국이 그리울 때도 있잖아요.
김동률 : 네, 아주 사소한 일로 한국과 집이 그리워지죠. 예를 들어 뭐가 먹고 싶을 때… 제가 냉면을 무척 좋아하거든요. 미국에서도 한국 음식점이 있긴 하지만 메뉴도 다양하지 않고 음식도 질적으로 달라요.

기자 : 왜 미국에서 공부하기로 결정했나요?
김동률 : 이때가 아니면 제 인생에서 공부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저를 아는 사람들과 떨어져서 혼자, 아주 소박하게 살고 싶었어요. 그리고 한국에 있는 것보다 자유롭고 싶어서 미국행을 마음먹었어요. 젊었을 때 타지에서 혼자 살아보는 것도 나름대로 좋은 경험인 것 같아요.

기자 : 미국에서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는 없나요?
김동률 : 없어요. 한국에서 떠날 때도 없었는 걸요(웃음).

기자 : 김동률 씨는 어떤 여자 스타일을 좋아하는데요?
김동률 : 처음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청순가련형’을 좋아한다고 얘기했어요. 지금은 솔직히 말하면,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만나 점점 정들 수 있는 그런 여자가 좋아요. 그냥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에요.

기자 :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친한 연예인들이 누군가요?
김동률 : 이적 씨랑 무척 친해요. 윤상 씨도 있고, 또 긱스 멤버들과 자주 만나고 또 얘기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학교 때 친구들 정도요.

기자 : 대부분 음악하는 사람들이랑 친하네요. 그럼 이번 앨범의 음악 얘기를 좀 들을까요. 이전 음악들에 비해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다고 들었어요.
김동률 : 네, 라틴 음악적인 요소를 많이 넣었어요. 지금까지 앨범을 만들면서 발라드는 제 적성이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했죠.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라틴 팝이라는 장르에서 어느 정도 해답을 찾았어요. 라틴 음악은 미국 시장에서도 살아남은 유일한 타국 음악이잖아요. 우리랑 정서가 통하는 구석도 있고 또 리듬이나 멜로디가 우리 가요와 접목시키기에 그리 어렵지 않거든요.

기자 :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작업을 한 것도 색다른 시도였죠?
김동률 :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참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전 기회가 되면 나중엔 연극 음악이나 뮤지컬에도 도전할 생각이에요. 당분간 목표는 일단 졸업부터 하는 거죠(웃음).

기자 : 앞으로 계획을 듣고 싶어요.
김동률 : 얼마 전 친구와 노량진 횟집에서 술을 마신 적이 있었어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제가 친구놈한테 “나 어떻게 살아야 될까”라고 물어봤어요. 그 친구가 하는 말, “그냥 착하게 살아, 임마” 그러는 거예요. 그때는 웃고 넘겼지만 그게 정답인 것 같아요. 음악적인 욕심 외에, 전 정말 친구놈 말처럼 착하게 사는 게 제 꿈이에요. 바람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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