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 준비 상견례서 폭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노무현 당선자와 취임사 준비위원인 소설가 김주영씨가 '합리주의'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지난 20일 盧당선자와 취임사 준비위원들의 상견례 자리에서다.

"신뢰…공정…성실…절제…", 盧당선자가 중요시하는 덕목을 열거할 무렵 金씨가 불쑥 말을 꺼냈다. "당선자가 추구하는 가치 중 하나가 합리주의인데, 집을 팔 사람이 더운 물이 잘 안 나온다고 하는 것은 불합리한 일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 명륜동 집을 곧 처분할 盧당선자는 지난 18일 밤 TV 토론에서 "우리 집에 더운 물이 잘 안 나와 대중목욕탕에 자주 다닌다"고 말했었다.

"그래서야 어떻게 제값 받고 집을 팔겠느냐"는 金씨의 말에 盧당선자는 "대통령 당선자라도 (집에 더운 물이 안 나오면) 대중목욕탕에 가는 게 바로 합리주의"라고 받아넘긴 뒤 "그래서 집을 살 분께 입주 전에 가스 보일러로 바꾸라고 얘기했다"고 말해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고 한다.

얼마 전 아침 회의에 늦은 盧당선자는 누가 묻기도 전에 "부엌 시계가 고장 나서…"라고 말했다. "왜 부엌 시계를 보셨느냐"는 질문에 "그 시간에 부엌에 있어서 그랬지…"라며 멋쩍어했다. 그래서 그 시간에 당선자가 왜 부엌에 있었는지가 화제가 됐다고 한다.

20일 기자들이 "총리 내정자가 고건씨가 맞느냐"고 확인을 요청하자 盧당선자는 장난기를 섞어 "틀렸다"라고 말해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서승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