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오바마 범태평양FTA에 편승 노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오바마(左), 아베(右)

일본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자유무역협정(FTA) 날개에 편승할 전망이다.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2~23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일본이 범태평양파트너십(TPP)에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TPP는 범태평양자유무역협정(TPFTA)을 추진하는 10여 개 국가의 모임이다. 미국·캐나다·칠레·말레이시아·멕시코·호주·싱가포르·베트남 등이 대표적인 멤버다. 미국이 참여를 권했지만, 일본은 이제껏 미뤄왔다. 한국도 TPFTA에 참여를 권유받았지만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백악관 대변인인 제이 카니는 “오바마 대통령은 안보뿐 아니라 미·일 양자 간 또는 다자 간 경제·교육 이슈도 깊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바마는 올 연두교서에서 “범대서양자유무역협정(TAFTA)과 TPFTA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본이 TPFTA에 참여하면 단숨에 FTA 열세를 만회하게 된다. 일본은 최근에야 한국·중국 등과 FTA 논의를 시작할 정도로 이 분야의 후발주자다. 쌀과 쇠고기 등 농산물 시장의 개방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워낙 커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는 개인적으로 TPFTA에 참여하길 원한다”며 “하지만 자민당 내 농촌지역 의원들이 반대해 공식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그런데 요즘 일본 내 여론이 아베 편으로 기울었다. 지지(時事)통신은 “일본인 58%가 TPFTA 참여를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자민당 지지자 중 찬성은 61.7%에 이른다”고 17일 전했다.

 일본이 TPFTA에 참여한다면 오바마가 원하는 대중국 봉쇄 전선이 한결 강화될 전망이다. 그 바람에 한·중·일 FTA 협상은 암초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또 일본이 단숨에 미국 등 10여 개 나라와 FTA를 맺는 셈이 되기 때문에 동북아 3국 중 FTA 선두주자인 한국의 프리미엄도 빠르게 소멸될 수 있다.

강남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