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6조 투자…오너 공백, 공격경영으로 돌파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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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의 부재가 내부적으론 당황스럽고 고객과 국민들께는 송구스럽다. 하지만 경영은 걱정만 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이고 희망적인 보완책을 찾겠다.”

 18일 서울 서린동 SK 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창근(63·사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일성은 ‘안정과 성장’이었다. SK는 지난달 말 이래 최태원 SK㈜ 회장이 경영을 이끌지 못하는 ‘오너 부재’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최 회장의 바통을 이어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 김 의장은 “1974년 7월 선경합섬에 입사해 38년8개월을 SK맨으로 살았다”고 말하는 노장 경영인. 주로 재무와 기획 업무를 담당해 왔으며 2003년 외국계 자본인 소버린과 경영권 분쟁,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등 굵직한 사태를 경험했다. SK수펙스 의장으로 SK케미칼 부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런 김 의장은 이날 공격적인 경영 계획을 내놓았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0% 늘어난 16조6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회사 관계자는 “통신 분야 설비 투자, 자원 개발 등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고졸 사원 2400~2500명을 포함해 7500명을 채용하기로 확정했다. 채용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기업의 투자와 고용 유지·확대를 촉구했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기조와도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장은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연구개발(R&D)과 인재에 투자해 왔기 때문에 SK의 오늘이 있었다”며 “위기 상황에선 우선순위를 가려 적극적·효율적으로 투자해 나가는 것이 기업인의 책무”라고 말했다. 그는 “어려울 때 투자를 움츠리면 자칫 경쟁 대열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를 통해 현재 120조여원 수준인 기업가치(시가총액)를 2020년엔 300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02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SK의 독특한 경영 시스템인 ‘따로 또 같이’가 3.0 체제로 업그레이드된 배경도 설명했다. 2002년엔 계열사별 지속가능 경영에 초점을 맞춘 ‘따로’에, 2007년 지주회사(SK홀딩스) 출범 때는 계열사 간 기업 가치를 공유하면서 공동으로 신시장을 개척하는 ‘또 같이’에 방점을 찍었다면 이번엔 위원회 중심으로 집단지성 체제를 갖췄다는 얘기다.

자신의 역할에 대해선 “계열사별 최고경영자(CEO)·이사회 중심 경영에 힘을 실어주면서 경청과 토론을 통해 최적의 답안을 찾아내는 조정자”라고 정의했다. 김 의장은 “지금까지는 강한 실천력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조절과 조정을 통해 오늘 문제를 해결하고 내일을 대비하는 시대”라며 SK가 새로운 리더십 체제를 도입했음을 강조했다.

SK수펙스협의회에는 전략과 글로벌성장·커뮤니케이션·윤리경영·인재육성·동반성장 등 6개 위원회 수장과 17개 계열사 CEO가 참여한다.

 최태원 회장의 근황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김 의장은 “(최 회장은)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다. 앞으로 최선을 다해 소명하겠다’며 재판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며 “다만 ‘글로벌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달라, 사회적 기업이나 핸드볼협회 지원에 차질 없도록 해 달라’는 당부를 한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2008년부터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을 맡아왔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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