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백화점맨' 출신 현대백화점 하원만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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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만 많다고 고급 백화점입니까. 고객이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진짜 고급 백화점입니다."

현대백화점 하원만(河元萬.56.사진) 신임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고급화의 완성'을 내세웠다. '대중 마케팅'을 넘어선 '고객별 맞춤 마케팅'을 통해 고급화 경쟁에서 다른 백화점과의 격차를 더 벌리겠다는 것이다. 맞춤 마케팅의 기반은 과학화된 고객관리 시스템이다.

"한 주부고객이 의류매장을 찾았을 때 언제 마지막으로 매장을 찾았는지, 지난번엔 어떤 옷을 샀는지, 자녀들이 무엇을 하는지를 알아야 고객이 필요한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河사장은 미국의 최고급 백화점인 니먼마커스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는다. 1907년 설립된 니먼마커스는 철저한 브랜드 관리와 고객 서비스로 백악관을 포함해 미국 상류층의 상당수를 단골 고객으로 두고 있다.

그는 "백화점은 고객을 직접 대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를 제대로만 살린다면 온라인 쇼핑의 부상에 따른 일시적 위기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河사장은 현대그룹 출신의 전임 사장들과는 달리 최초의 '백화점맨' 출신이다. 진주고, 동국대 경영학과를 나와 1978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한 이래 구매.영업.관리부문 등 핵심 부문을 두루 섭렵해 누구보다도 백화점 사정에 밝다.

그가 고급화를 강조하는 것은 현대가 처한 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명품 브랜드들이 국내에 점포를 계속 늘리면서 '명품1번지'라는 현대의 이미지는 점점 퇴색하고 있다. 여기에 할인점을 무기로 숨가쁘게 점포를 늘려가는 롯데.신세계와 양적 경쟁을 펼치기도 벅차다. 실제로 현대가 올해 계획하고 있는 신규 점포는 부평점밖에 없다.

정몽근(鄭夢根) 회장의 장남 지선(志宣)씨가 총괄부회장으로 선임된 것과 관련, 외부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河사장은 "鄭부회장은 주로 계열사 간 조정역할에 신경 쓰고 있다"면서 "일부의 우려처럼 오너가 전권을 행사하는 시스템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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