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정권 무너지기 전엔 핵 포기 안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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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로켓 발사장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한·미연구소의 웹사이트 ‘38노스’가 14일 공개한 북한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미사일 발사장의 인공위성사진. 연구소는 크레인 위치가 바뀌고 발사대 주변의 눈이 치워져 있어 북한이 로켓 발사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디지털글로브]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소련의 스탈린 정권이 30여 년 유지됐는데 북한은 벌써 60년째”라며 “정권이 바뀌고 무너지기 전에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민원로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북한 정권과 협상이나 대화로 핵을 포기시킬 수는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국민원로회의는 이홍구·현승종 전 국무총리 등 각계 원로가 참여하는 대통령 자문기구다.

 이 대통령은 “김정은은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귀 기울여 반동분자를 색출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북한 주민을 단속하는 데 정신없다”며 “지금부터 매우 종합적인 전략을 짜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기대하는 건 북한 정권은 아니더라도 북한 주민은 변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한·미·일이 공조하고 중국을 강하게 설득해 북핵 포기를 위한 노력을 하겠지만 이보다 북한 주민의 변화속도가 더 빠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홍구 전 총리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내부의 불안정이 원인”이라며 “남한에 대한 30~40년간의 약세를 한 방에 반전시키고 남남갈등을 키워 자중지란을 일으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치학적으로도 이런 권력체제하에서는 (붕괴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고, 마지막으로 갈수록 위험도가 높아지므로 이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열린 외교안보자문단과의 조찬간담회에서도 북한 정권의 붕괴를 거론했다. 간담회에선 “북한이 지금처럼 군사무기 개발에 예산을 계속 탕진하면 정권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말이 나왔고, 이 대통령도 동감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선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한 추가적 제재만으로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근본적인 해법은 북한체제의 변화와 통일을 이루는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인사들은 이홍구 전 총리, 한승주 한미협회 회장, 현홍주 전 주미대사, 하영선(서울대 교수·외교학)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등이다.

 이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을 상대로 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데 대해 “지금 현실을 너무 작게 보고 비관적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며 “큰 틀에서 보면 중국도 변해가고 있어 한·중 관계도 잘 구축할 수 있고, 그걸 바탕으로 통일도 잘 이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 거론하는 전술핵 재배치론에 대해선 “그런 주장을 하는 분들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현실적이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회동 후 이 전 총리는 “미·중 간에 (북핵문제에 대해) 새로 얘기를 할 때 우리 입장을 확고하게 미·중에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참석자들이 공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하영선 이사장은 “통일 이후 주변국과의 협력 등 큰 틀에서 이야기가 있었다”며 “단기적으로 보면 중국은 한·미가 원하는 형태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 해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발언이 있었다”고 밝혔다.

한승주 회장은 “과거 어느 때보다 한·미 관계가 좋다 하더라도 한·미 간에 전략적 공조 방향을 설정해야 하니 고위층 레벨에서 진지한 논의와 조정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소개했다.

장세정·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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