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의 똑똑 클래식] 베토벤 “음악은 어떤 철학보다 높은 계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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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개의 교향곡, 음악의 신약성서라 불리는 32곡의 피아노소나타, 5곡의 피아노협주곡, 21개의 피아노변주곡, 11곡의 피아노3중주, 10곡의 바이올린소나타 등 미완성된 곡이나 분실된 곡, 발표가 보류된 곡까지 합하면 무려 1500여 곡에 달하는 작품을 남긴 베토벤은 듣지 못하는 그의 장애를 말로써 극복하려는 듯 수많은 글을 통해 음악가로서는 가장 많은 명언들을 남겼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들을 몇 개만 인용해본다. ‘왜 나는 작곡하는가? 내가 마음 속에 지닌 것은 밖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작곡하는 것이다. 음악은 사람의 정신으로부터 불꽃을 뿜어 올리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의 예술은 가난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바쳐지지 않으면 안 된다.’ ‘명성을 얻은 예술가는 그 때문에 괴로워한다. 따라서 그들의 처녀작이 때로는 최고다.’ ‘인간은 아직 무엇인가 착한 일을 할 수 있는 한 스스로 인생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글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소리를 듣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나는 귀머거리라네. 내가 하는 일이 다른 종류의 것이라면 그런대로 어찌 되었을지 모르겠네만 내가 하는 일로서는 무서운 것일 수 밖에 없다네. 내 경쟁자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 뭐라고 할지. 극장에서는 배우의 대사를 알아듣기 위해 오케스트라 옆자리에 앉아야만 한다네. 때때로 나는 내 존재를 저주했네. 만일 가능하다면 나는 이 숙명에 도전하고 싶네. 그러나 때때로 나는 신이 만드신 피조물 중에서 가장 비참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네.’

  그러나 그의 자조 섞인 글과는 달리 베토벤은 신이 만든 피조물 중에서도 가장 고귀한 존재였음을 부인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어느 대학교수가 학생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남편은 알코올 중독자이고 술값을 마련하기 위해 가구를 내다 파는가 하면 돈이 없으면 아내를 심하게 구타합니다. 게다가 그 아내는 폐결핵에 걸려 자신의 몸조차 가누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 아내가 임신을 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러자 학생 하나가 손을 들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 아이를 낙태시켜야 합니다.’ 그러자 교수는 말했다. ‘자네는 방금 베토벤을 죽였다네.’

  ‘이제 희극은 끝났으니 박수를 보내시오.’라는 담담한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그는 지금 빈의 중앙묘지에 슈베르트와 나란히 잠들어 있다. 삶이 힘들고 고달플 때 우리에게 큰 용기와 위안을 주는 베토벤이야말로 불멸의 영웅이 아닐까.

음악카페 더 클래식 대표 041-551-5003

cafe.daum.net/the Clas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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