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까마귀 똥 때문에…울산시 122억 날릴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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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울산시 북부순환도로 전선 위 떼까마귀들. 울산은 떼까마귀 배설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뉴시스]

‘까마귀떼 피해를 막기 위해 수백억원을 들여 송전 선로를 없애야 하나 말아야 하나’.

 울산시가 최근 이 같은 고민에 빠졌다. 울산시 남구 삼호동과 주변에 몰려드는 까마귀떼 때문이다. 이곳에는 2002년부터 해마다 10월이면 시베리아에서 까마귀떼 4만6000여 마리가 몰려와 이듬해 3월까지 월동한다. 까마귀떼는 오후 5시쯤 이 일대 1.9㎞의 전선에 새까맣게 내려앉는다. 주변에는 조류의 먹이가 풍부한 태화강과 철새 쉼터인 대나무숲(6만5000㎡)이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까마귀 배설물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까마귀 때문에 빨래를 널 수가 없고 자동차도 엉망이 된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주택가 등에 있는 까마귀 배설물을 치우기 위해 2009년부터 청소반을 운영하고 있다. 주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한국전력이 나섰다. 까마귀가 내려앉는 전선을 땅에 묻자는 것이다. 한전 측은 이를 위한 사업비 245억원 가운데 절반을 부담해 줄 것을 최근 울산시에 제안했다.

 하지만 울산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까마귀가 태화강 생태 복원의 상징물이라는 이유에서다. 울산시 관계자는 “주민 피해 예방도 중요한데 까마귀가 날아오지 않으면 생태도시 이미지가 훼손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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