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에 화장품 가게 난립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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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인사동이 화장품으로 유명한 곳이야?”

 대학생 송주희(23·서대문구 대현동)씨는 최근 독일인 친구를 데리고 서울 종로구 인사동을 찾았다가 뜻밖의 질문을 받았다. 송씨는 “우리 전통문화를 보여주려고 인사동으로 향했는데 입구부터 화장품 가게가 많아 민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인사동에 이 같은 가게를 여는 게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국 전통과 거리가 먼 업종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특색을 잃는 것을 막기 위해 서울시가 일부 업종의 영업을 금지하는 방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7일 서울시가 마련한 ‘문화지구 관리 및 육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에 따르면 인사동에 일부 업종의 신규 점포를 열지 못하도록 했다. 2002년 문화지구로 지정된 인사동에는 기존에도 20여 개 업종의 영업이 금지됐었다. 비디오방, 모텔, 패스트푸드점, 커피체인점 등이다. 미국 커피체인점 스타벅스가 인사동에 둥지를 틀자 논란이 인 데 따른 조치였다.

 최근에는 중저가 화장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인사동의 표구사나 공예품 가게가 화장품 가게로 바뀌었다. 이번 개정 조례안에는 화장품과 함께 마사지 업소와 이동통신 점포, PC방, 학원 등이 신설 금지 대상에 포함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 가게는 어쩔 수 없지만 더 이상 한국전통과 관련이 적은 업종의 난립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례안이 시의회를 통과하면 다음 달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조례를 위반해도 과태료 부과 등 강제조치를 할 수 없다. 시 관계자는 “상위법인 문화예술진흥법에 과태료 부과 근거가 없기 때문에 국회에서 법 개정을 논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시는 또 외국산 저가 기념품이 난립하면서 중국 관광객이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을 사가는 현상이 나타나자 국산 문화상품을 판매하는 곳에 마크를 부착하는 ‘전통문화 상품인증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강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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