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폭탄 조여오자 … 오바마 스몰딜 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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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장에 섰다. 그는 의회에 “연방정부 예산을 자동 삭감하는 제도인 시퀘스터(sequester)를 몇 달 늦추자”고 제안했다. 대신 소규모 예산 감축과 세제 개혁을 패키지로 묶는 ‘스몰딜’을 제시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 대신 시간만 끄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미국 경제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은 1985년 제정된 ‘균형예산 및 긴급 적자통제법’에 따라 적자 폭을 줄이는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자동으로 시퀘스터가 발동한다. 의회는 2011년 국방예산 6000억 달러 감축을 포함해 연방 예산을 2021년까지 1조2000억 달러 줄이는 예산통제법을 통과시켰다. 그런 만큼 시퀘스터가 발동하면 올해의 경우 9월까지 오바마 행정부는 850억 달러의 지출을 줄여야 할 판이다.

 하지만 시퀘스터를 피할 유일한 수단인 연방정부 재정적자 감축 협상은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벌이는 “네 탓” 공방 속에 지난해부터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 지난해 말 한 차례 미뤄 놓은 시퀘스터 발동 시한도 3월 1일로 불과 3주일을 남기고 있다.

 이날도 오바마 대통령은 “교육·에너지·국가안보 분야를 망라한 무차별적인 예산 감축은 일자리를 없애고 경기 회복도 늦출 것”이라며 “워싱턴이 이런 자해를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은 “재정적자 감축 방안부터 내놓으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요구를 일축했다.

 공화당 내에선 시퀘스터가 발동하도록 해 대통령의 기를 꺾어놓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대선 당시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폴 라이언 하원 예산위원장은 지난달 27일 NBC 방송에 출연해 “시퀘스터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민주당이 대안 없이 예산 자동 삭감을 피하려는 우리 노력에 반대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벌이는 양보 없는 치킨게임이 회생 기미를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쟁점인 국가부채 한도를 높이는 안도 타결을 짓지 못해 5월19일까지 한시적으로 한도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식의 땜질 처방만 한 상태다.

  오바마 대통령은 발등의 불인 경제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집권 2기를 시작하자마자 이민개혁법과 총기 규제안 같은 미국 사회를 뒤흔들 대형 이슈를 잇따라 제기하며 공화당과 싸움의 전선만 넓히고 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로버트 포젠 교수는 “의회 등 정치권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베팅(내기)만 하고 있다” 고 개탄했다. 시장조사회사인 마이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는 시퀘스터가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0.7%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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