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행정 협정 조인의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오늘 아침 한·미 양국정부는 서울에서 드디어 「주한미군 법적 지위에 관한 행정협정」의 조인절차를 완료하였다. 이로써 지난 14년 동안 한·미 관계의 숙제가 되어오던 세칭 한·미 행정협정의 문제가 일단락 된 셈이니, 무엇보다도 우리는 양국 관계에서 한국의 영토주권과 국가독립이 그만큼 더 존중·확보됨으로써 한국의 국제적 지위와 발언권이 더욱 굳어지게 되었을 흔쾌히 여기는 동시에, 동 행정협정이 앞으로의 한·미 관계를 한층 더 긴밀한 유대 위에 결속시키는 토대가 되리라고 믿어 축하의 박수를 아끼려하지 아니한다.
「러스크」미 국무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하여 미국측의「극적인 양보」로써 체결된 금반의 한·미 행정협정은 어느 의미에서 생각할 때, 주권독립국가로서 한국이 마땅히 찾아야 만 될 권익을 회복하였을 따름이며 미국측으로서는「불가피」하기 때문에 그간 어디까지나 잠정적으로 한국 주권에 속하는 그러한 권익을 영유하였을 뿐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당연한 회복을 14년 동안이나 끌어왔던 것이다.
그것이 월남파병 증파, ASPAC, 한·일 국교 정상화 등으로 강화된 대미관계와 한국의 국제적 지위향상은 미국으로 하여금 한국측이 요구한 보완 초안에 대하여 계속하여 「냉담」만으로 일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영토주권과 국가독립의 상호존중이 국제관계의 제일의적인 안전요소라는 대전제에서, 조인된 한·미 행정협정을 세밀히 검토할 때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하여 이번에는 「명분」만이 아닌 실질적 권익마저를 되찾는 교섭을 위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느낌을 금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문제의 형사재판관할권 조항(제22조)은 이러한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이니 원안에서 포기하였던 제1차적 재판 관할권이 보완되어 미군의 공무중의 범죄, 미군인 상호문의 범죄, 미국재산에 관한 범죄에 대해서는 미측이 존속적 재판권을 갖고 나머지 범죄에 관한 제l차적 재판권은 원칙적으로 한국이 갖는다고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측의 제1차적 재판권은 미국이 한국에 제1차적 재판권의 포기를 요청하는 경우, 그 재판권이 특별히 중요하다고 결정하지 않는 한, 이를 미측에 넘겨주는 것으로 제한되고있을 뿐 아니라 『범죄발생 통고 및 인지 후 15일 이내에 한국측이 재판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미국측이 재판권을 행사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장차 설치될 동 협정시행을 위한 한·미 합동위원회에다 운영의 묘를 바라는 한편 『…어느 조항에 대한 개정을 어느 때든지 요청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 양국정부는 적절한 경로를 통한 교섭을 개시하여야한다』는 개정 조항에 앞으로의 보완을 기대한다. 끝으로 14년 회담 끝에 체결된 두 가지 협정 중에서 한·일 협정보다는 이 행정협정에 대하여 더 큰 성공을 인정하면서 나라의 주권의 회복과 확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고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