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티시즘' 인터넷 세상 활개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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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티시즘(fetishism)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신체의 일부 또는 어떤 사물을 통해 성적 쾌락을 추구하는 성 도착현상을 뜻하는 페티시즘은 성인사이트 등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일반적인 페티시즘의 대상은 여성의 속옷, 나일론 스타킹, 양말, 반바지, 신발 등과 신체의 일부인 가슴, 다리, 엉덩이, 머리카락 등이다. 또 고무, 라텍스, 가죽제품 등 여성의 몸에 걸치는 모든 것에 집착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태적 사이트는 오래전부터 문제가 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불특정 다수의 평범한 여성들로 그 대상이 확대돼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신체 일부분이 인터넷에 게재되고 있는 것.

최근 사이트들은 지하철, 수영장, 버스, 거리, 커피숍, 술집, 백화점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여성들의 다리, 엉덩이, 가슴, 하이힐 등을 집중적으로 찍어 네티즌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주로 유료로 운영되며 어떤 사이트는 직접 찍은 사진 20장 정도를 게재하면 무료회원권을 주기도 한다.

일본 페티시즘 몰카·비디오 등이 인터넷을 통해 국내에 급속하게 퍼지면서 일반화된 페티시즘은 상업화된 사이트들로 인해 네티즌들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일부 사이트는 일본에선 일반화된 '여성들이 입던 속옷·스타킹 판매'에 편승, 직접 수입해 팔기도 하고 '여대생 치마속', '나레이터모델 속옷', '여사원 스타킹' 등의 컨텐츠로 네티즌들을 유혹하고 있다.

게다가 '보는 것'에 만족하지 못한 네티즌들이 여성의 체취가 묻어있는 속옷 등을 찾아나서기 시작하면서 직접 판매에 나서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올해 8월 인터넷 성인사이트에 "내가 입었던 팬티나 스타킹을 팝니다"라고 광고해 500여 만원어치를 팔아오다 구속된 사건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여학생이 입고 다녔다는 교복도 사진과 함께 버젓이 인터넷상으로 거래가 이루어 지고 있는 실정이다. 성인방송국의 IJ(인터넷 자키) 들이 입고 있던 속옷을 즉석 경매에 부치는 일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조작된 몰래카메라나 비디오에 싫증을 느낀 섹티즌(사이버 성을 즐기는 네티즌) 들의 중독성이 위험수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에서나 제작되던 페티시즘 비디오가 최근 국내에서 제작돼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국내 모텔에서 제작된 듯한 이 비디오는 국내용임을 과시하기 위해 국내 신문을 보고 있는 남자와 한국어를 사용하는 여자와의 '성도착' 관계를 묘사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페티시즘에 중독된 경우 여학생 체취가 묻은 교복을 입어보며 성적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면서 "문제는 심한 중독성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포르노사이트에 빠지기 시작했다는 대학생 최모군은 요즘 페티시즘에 빠져있다. 최군은 "내가 변태가 아닐까 생각도 해보지만 좀처럼 벗어나기 힘들다"고 말한다. 하루라도 성인사이트에 접속하지않으면 허전하다는 것. 그는 "같은 '페티시즘족'들끼리 동호회를 만들기도 하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페티시즘이 인터넷을 통해 활개치고 있지만 정작 단속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초상권을 피하기 위해 교묘하게 얼굴을 제외한 신체 일부분을 찍어 올리기 때문이다.

또 페티시즘 사이트들은 '촬영한 사람'만 처벌 대상이 되는 현행법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 즉 여성의 다리를 촬영해도 현장에서 잡히지만 않으면 이를 인터넷에 올려도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성개방 분위기로 페티시즘 같은 '성도착 현상'도 분위기를 타고 있다" 면서 "올바른 성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Joins 김승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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