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 메신저의 득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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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메신저가 보급되면서 직장은 점점 더 대화하기 쉬운 장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따른 비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불완전하긴 하지만 인스턴트 메시징은 직장에서 e-메일 이후 가장 유익하고 획기적인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

몇 년 전 스카치 테이프 시대가 쇠퇴할 당시, 나는 친구들에게 할 말을 남길 때 포스트잇을 사용하곤 했다. 직장 동료가 아직 사무실에 있는지 알고 싶으면 칸막이 너머로 큰 소리로 불러보는 것도 비슷한 역할을 했다. 이제 정보화 시대로 이행되면서 사무실 안에서의 작은 의사소통은 컴퓨터, 네트워크,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게 됐다. 현재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인스턴트 메시징이라는 기술은 칸막이 너머를 향한 외침의 최신판이다.

이름으로 알 수 있듯이 인스턴트 메시징(IM)은 네트워크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친구나 동료들과 타자로 친 즉석 문서를 교환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체제의 유용성을 가장 먼저 발견한 층은 10대다. 기분에 따라 언제든지 친구들과 친밀한 대화를 나누거나 여럿이 잡담을 나눌 수 있다. 물론 전화비 부담은 없다. 가트너는 ICQ나 인터넷 포털 MSN, AOL, Yahoo 등이 제공하는 인기있는 메시징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 수를 약 2억 명 정도로 추산한다.

어떻게 보면 포스트잇 처럼 조잡한 면이 있긴 하지만 인스턴트 메시징은 e-메일 이후 직장에서 가장 유용한(혹은 가장 파괴적인) 프로그램이다. 이것은 e-메일보다 더 신속하고, 고함 소리와는 달리 사무실 위치와 상관없이 하나의 팀으로서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게 해준다. 직장인들은 빠르게 이 기술을 받아 들이고 있다. 가트너에 의하면 2003년까지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원을 보유한 기업은 전체의 70%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최고경영책임자들에게 이는 골치 아픈 통계가 아닐 수 없다. 인스턴트 메시징은 특정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내려받거나 기업 e-메일 꾸러미의 일환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특별한 노력없이 기업의 하층부까지 스며들고 있다. 그런데 이 기술을 받아들임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결과는 아직 고려도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위험은 상당히 크다. 인스턴트 메시징 시스템은 기업 커뮤니케이션 시스템과 보안 기준을 공유하지 않는다. 따라서 메시지들은 암호화되지 않는다. 민감한 정보가 일반 문서형태로 인터넷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또 인스턴트 메시지를 통해 교환되는 파일들은 네트워크 방화벽을 통과할 때 바이러스 검사가 시행되지 않는다. 최근 MSN의 메신저 서비스는 동료의 네트워크로 침투하는 바이러스들의 공격 목표가 된 바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시스템 안정성이 기업의 통제 수준을 벗어난다. 그리고 e-메일과 달리 인스턴트 메시지를 통해 전달된 질문과 답변, 예를 들면 고객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보관되지 않는다. e-메일은 적어도 기업들이 과거의 커뮤니케이션 기록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러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직장에서 메신저를 전면 금지한다면 이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 서비스는 특정 형태의 업무들에서 상당한 이점을 제공한다. 비공개적인 대화를 하는 데 상당히 좋다. 또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해 참신한 발상을 가져온다.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는 멀리 떨어져 있는 직원들이 팀의 일원으로 일하면서 하나의 고리로 연결돼 있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리고 특히 다국적 기업들에게 인스턴트 메신저는 전화 요금을 상당히 절감시켜 준다.

최고경영책임자와 기업정보담당자들은 인스턴트 메시지가 저주가 될지 아니면 축복이 될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는 어떤 형태의 메시징 시스템이 회사 내에서 이용되고 있으며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 부서는 어떤 종류의 메시지가 기업 네트워크에 올라오는지 측정할 필요가 있다. 보안 문제도 고려되어야 하고 기업들은 대부분의 경우 단일 표준으로 하나의 체제를 채택해야 한다.

최고경영책임자와 최고정보책임자들은 메시징 서비스를 통해 어떤 형태의 기업 활동과 정보가 처리될 수 있는지를 밝힌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경영진은 직원들이 서로 소리를 질러가며 다음 달의 판매 계획을 논의하게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신기술처럼 인스턴트 메시징도 이익과 비용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DANIEL MCHUGH (ASIA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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