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관련 미 경제지표 보는법]

중앙일보

입력

미국 미시간대는 지난 14일 "11월중 소비자신뢰지수가 전달보다 다소 높은 83.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를 전후해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3% 가량 뛰었다.

미국의 경제성장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7%에 달한다.

소비가 늘면 경기도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들이 앞다퉈 주식'사자'에 나서 주가가 뛴 것이었다.

그러나 불과 10여일 뒤인 27일. 미국의 소비자단체인 컨퍼런스보드가 주가를 되밀리게 했다. 이 단체가 조사발표한 소비자신뢰지수가 7년반 만에 최저수준으로 곤두박질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수발표 직후 미 주가는 이틀 연속 하락했고, 국내 증시도 폭락을 면치 못했다.

요즘 국내외 투자자들은 경기 지표에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자 이제 경기 회복 신호를 확인하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혼란스러운 주가 관련지표들=하루가 멀다하고 명암이 엇갈리는 경기지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 전문가들은 같은 경기지표를 놓고 사뭇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미 상무부는 지난 14일 "10월중 소매매출이 전월대비 7.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재고를 줄이려는 자동차 업체들의 출혈 할부경쟁에 기인한 것이며, 이를 제외할 경우 사실상 마이너스성장을 면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경기침체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달초 이후 연이어 발표된 노동생산성 증가 및 기업재고감소 관련 통계도 그렇다. 이들을 엄밀히 들여다보면 '대량해고에 따른 노동비용 감소'와 '생산감소'에 따른 것이지 경기회복 신호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요즘 주가가 경기지표에 민감한 이유는=엇갈리는 경기지표들이 시장에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9.11테러사건 이전부터다.

그런데 그동안 경기침체 관련지표들의 발표에도 굳굳하게 오르던 주가가 요즘들어 비틀대고 있다.

이에 대해 신한증권 정의석 투자분석부장은 "기술적 반등으로 보기에는 너무 올랐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기업실적 개선과 경기회복에 대한 증거를 원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증시도 마찬가지다. 테러이후 양국 증시를 끌어올린 것은 실적개선이라기 보다는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투자심리와 금리인하에 따라 돈이 많이 풀렸기 때문이었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앞으로 상당기간 기업실적과 경기지표들에 따라 주가가 출렁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 어떤 지표를 참고해야 하나=미국 경기의 회복신호는 소비관련 지표들에서 찾아야한다는 의견이 단연 많다.

흔히 활용되는 소비관련 지표들 가운데 자동차판매대수, 주택판매 및 착공현황 등은 최근들어 가치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소비자신뢰지수와 경기선행지표의 신뢰도가 높지만 최소한 3개월 이상의 추세를 봐야한다.

모건스탠리 딘위터증권 관계자는 "미 소비자신뢰지수의 경우 컨퍼런스보드와 미시간대의 발표치가 서로 같은 방향으로 3달 이상 계속 움직여야 경기변동을 분명히 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경기지표 가운데 주목해야할 또 한가지는 노동생산성이다.

이 지표는 정보통신(IT)분야의 경제기여도를 말해주는데 미국의 실업률이 크게 높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생산성 지표가 계속 올라가면 경기회복을 예상해도 좋다는 분석이다.

국내 경기변동과 관련해서는 수출지표가 투자지표로 가장 중요하다. 수출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기 때문에 수출감소가 계속 이어지면 경기회복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우증권의 이종우 팀장은 산업활동지표들을 경기회복의 중요 선행지표로 제시했다.

임봉수.하재식 기자 lbso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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