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스님들이 영화관으로 간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지난 22일 오후 3시 정대(正大) 총무원장을 비롯한 조계종단의 지휘부가 몽땅 서울극장으로 옮겨갔다. '달마야 놀자'란 영화가 불교를 소재로 한 영화로는 최초로 대박을 터뜨렸다는 소식에 반가워 단체관람에 나선 것이다.

홍보효과를 기대한 영화사에선 신바람이 났다. 각 언론에 취재를 요청하고, 예상질문과 답변까지 만들어 총무원장의 결재를 받았다. 당일엔 배우와 감독을 모두 영화관으로 불러모았다. 전무후무한 단체관람에 보도진이 몰렸다. 상영직전 주인공 박신양씨가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했다.

"불교영화라 생각하고 출연했습니다. 언론에선 조폭영화라고들 하는데, 저는 불교영화라 생각했고, 제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관람한 총무원장이 소감 한마디로 화답했다.

"선(禪) 의 세계를 표현하려 노력했습니다. 폭력세계를 표현하면서도 불교 소재와 배경으로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려 노력한 것이 엿보입니다."

불교영화와 예술성을 강조한 덕담이 오간 셈이다. 그런데 정작 영화를 보니 그냥 코미디라는 느낌이었다. 우스꽝스런 상황을 만들기위해 극단적인 상황, 대조적인 집단이 필요했기에 조폭의 상대로 스님을 등장시킨 것에 불과했다. 당연히 절이 무대가 되고, 출연진의 절반이 스님이지만 그렇다고 '불교영화'라 이름붙이기엔 내용이 맞지않는다.

절로 피신한 조폭, 이들을 내쫓으려는 스님들간의 다툼이 줄거리. 스님과 조폭은 승부를 가리기위해 게임을 한다. '3.6.9'게임, 고스톱 5백점 먼저 나기, 물속에서 오래 버티기 등등. 그저 헛웃음만 나는 티격태격이 시종 반복된다.

불교적인 가르침이나 메시지를 찾기 힘들다. 주지 스님의 아량이나 몇마디 선문답이 불교적이긴 하지만 분위기용 장식에 불과해 보였다. 전반적으로 '신라의 달밤'.'조폭 마누라'의 뒤를 잇는, 조폭을 주인공으로 한 코미디라 할 수 있다.

여느 종교처럼 불교 역시 가르침이 중요한 것이지 절집이나 불상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다음엔 진짜 '불교영화'의 대박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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