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순수시인 현실정치에 '일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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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무슨 권력이든) /있을 때/행사하는 걸/삼가야 하는 것./정말 힘 있는 존재는/그게/저절로 된다는 것./그게 스스로 안 되면/그건/힘이 없다는 증거."

중진시인 정현종(연세대교수) 씨가 최근 출간된 『문학과사회』겨울호에 위 시 '권력'전반부와 같이 권력과 대통령에 대한 고언(苦言) 으로 읽힐 수 있는 시 4편을 발표 했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정씨는 정치.사회를 비판하는 참여시와는 거리를 두고 40년 가까이 순수시 세계를 일구며 올해 제1회 미당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다. 그런 정씨가 이번에는 작심한듯 권력에 비판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위 시 '권력'후반부는 이렇게 이어진다. "권력은/그 행사를 삼갈 때/힘차고,/그 삼가는게/저절로/그렇게 될 때/그건/아름다운 것./빛나고/아름다운 것." 한편 같은 지면에 실린 시 '경청'에서는 남의 말을 듣지않고 밀어붙이는 독불장군 같은 세태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불행의 대부분은/경청할 줄 몰라서 그렇게 되는 듯./비극의 대부분은/경청하지 않아서 그렇게 되는 듯./아,오늘날처럼/경청이 필요할 때는 없는 듯./대통령이든 신(神) 이든/어른이든 애이든/아저씨든 아줌마든/무슨 소리이든지 간에/내 안팎의 소리를 경청할 줄 알면/세상이 조금은 좋아질 듯./(후략) "

정씨는 "이 시들은 요즘 정치와 사회를 바라보는 괴로운 심경이 점점 더 심화돼 견딜수 없이 터져나왔다"며 "우리 공동의 아픔을 시와 함께 생각해보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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