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 증권 회장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박회장은 8개월여 동안의 미국 생활을 접고 27일 귀국하기에 앞서 중앙일보와의 e-메일 전화 인터뷰에서 줄곧 '신중론'을 폈다. 그는 장세 판단이 빠르기로 유명하다.

또 증시 관련 각종 스캔들과 관련해선 "일부 인사들 때문에 증권업계 종사자들까지 매도당하는 것을 가슴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초 미국으로 떠날 때 "증시침체의 어둡고 긴 터널에 진입했다"고 했다. 이제 터널을 다 빠져나온 것인가.

"결론적으로 아직 터널을 빠져나왔다고 보기 힘들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지나가고 있다고 본다. 기업들의 매출은 늘지 않고 있지만 구조조정 덕분에 비용이 절감됐고 이것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 상황은 미국의 90년대 초반과 흡사하다. 당시 미국은 2%대의 낮은 성장률과 소비자심리가 2년 이상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기업들이 세후 순이익을 늘려 주가상승을 이끌어냈다."

-그렇다면 지금의 주가수준은 고평가된 것인가.

"지수를 말하지 않는 게 내 원칙이다. 하지만 주가가 강한 상승세로 돌아서기 위해선 기업들이 들어가는 돈보다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아직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대세상승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채권수익률보다는 주식수익률이 높을 것이다."

-주가가 추가 상승하기 위한 조건은.

"기업들이 본질가치를 높여야 한다.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투입 자본에 대한 수익률을 높이는 길밖에 없다. 그런데 가까운 시일 내에 이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다만 조금씩 경쟁력을 높여 간다면 현재 세계시장의 평균 50%선에 머물고 있는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 순이익)을 80%선까지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급등하는 현 장세에서 일반 투자자들은 어떻게 움직여야 하나.

"한국증시는 총체적인 '바이 코리아'까지 가기에는 다소 이르지만, 건전한 기업들의 주가가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은 이같은 건전한 기업을 직접 선택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럴 때는 간접투자 비중을 높여야 한다."

김현기 기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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