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 건달의 긴박한 승부, 달마야 369 노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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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학력.나이 불문하고 즐기는 369게임이 새삼 화제다.

개봉 13일 만에 2백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 '달마야 놀자'(박철관 감독) 에서 스님과 건달들이 펼치는 369게임이 유머러스한 장면 중 백미로 꼽히며 영화 팬 사이에 회자하고 있는 것이다.

사찰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자 불교계 마저 반색하고 있다.

'달마야 놀자'는 사고를 저지르고 절로 숨어들어 1주일만 머무르게 해달라고 버티는 건달들과, 이들을 쫓아내려는 스님들의 대결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

양 진영은 승부를 가리기 위해 다섯가지 게임을 하게 되는데 2대2의 급박한 상황에서 제안된 마지막 승부 게임이 바로 369다.

과장스럽긴 하지만 1부터 시작된 게임은 급기야 3백대를 넘어서고 그때부터는 건달들과 스님들의 박수만 계속 이어진다(왜냐하면 3백대는 모두 3이 들어가므로 숫자를 부르는 대신 박수를 치기 때문) . 이윽고 숫자는 4백대에 도달하지만 그걸 모르고 건달 보스 재규(박신양) 는 그냥 박수를 치고 만다.

이 대목에서 2년간 줄기차게 묵언 수행을 해왔던 명천스님(유승수) 이 '그만, 당신이 4백에서 박수를 쳤소'라고 외치는 순간 좌중은 폭소에 휩싸인다.

절묘한 화면 구성과 묘한 긴장감이 어우러져 자칫 유치할 수 있는 대목이 재치있는 장면으로 살아났다.

이 영화 홈페이지에는 "369게임을 어떻게 3백대까지 안 걸리고 넘어가요? 다 뻥이에요"라거나 "친구들과 3백대까지 이르기 위해 매일 369에 도전했다"는 등의 글이 빼곡하다.

실제 배우들은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자 다시 한자리에 모여 제작사 시네월드 사장배 369대회를 벌였다.

그 결과 상금 10만원이 걸린 우승은 치열한 경쟁 끝에 홍경인(막내 역) 이 차지했다고. 하지만 영화 속에서 홍경인은 369게임에 투입되지 않고 심판관 역할을 했다.

지난 여름 영화 촬영 당시 이 장면을 위해 배우들이 연습하는 과정에선 영화 속에서도 4백에서 박수를 친 박신양이 가장 많은 실수를 했다는 후일담이다.

369는 게임의 고전 고백 점프를 단순화시킨 것으로 동그랗게 모여 앉아 1부터 돌아가며 숫자를 부르되 3.6.9가 들어가는 숫자에선 말대신 박수를 쳐야 한다. 아이큐나 두뇌회전보다는 순발력을 요구한다.

최근 '달마야 놀자'는 미국.홍콩 제작사로부터 영화 판권 판매 제의를 받고 있다. 우리 정서가 배인 369게임이 외국 관객에겐 혹시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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