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출입국 규제 확 푸는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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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내외국인에 대한 파격적인 출입국 규제 완화 조치는 인적 교류 부문에서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23일자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는 "중국인들은 해외로 나가고 외국인들은 중국으로 밀려온다(中國人走出去 外國人走進來)"는 말로 이 조치의 의미를 압축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을 계기로 모든 기준을 세계 기준에 맞추려는 노력이 본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죽(竹)의 장막'으로까지 불리던 중국이 제2의 개혁.개방으로 불리는 WTO시대를 맞아 폐쇄 사회에서 열린 사회를 향한 거보를 성큼 내디뎠다.

중국 공안부가 발표한 6개항의 개혁조치 중 관심을 모으는 것은 대략 세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이 자유롭게 됐다는 점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여권을 개인여권과 외교여권.공무여권.보통여권 등 네가지로 분류, 관리해 왔다. 개인여권을 갖고 해외로 나가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에서 초청장을 받아야 하고 초청장을 받은 뒤 이를 공안부에 제출해 출국심사를 받았다. 이 절차가 무척 까다롭기 때문에 개인여권으로 외국에 나가는 건 사실상 매우 어려웠다.

단체여행의 경우 여행사가 여권을 일괄 신청해 비자를 받고 귀국한 뒤 여권을 회수하는 것이 보통이다. 때문에 중국에서 개인여권을 가진 중국인은 상당한 신분의 소유자로 통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신분증과 호적 등 두가지 자료만 제출하면 쉽게 여권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둘째는 중국 내 외국인들에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영주권 부여 방법인 그린 카드제를 도입하기로 한 점이다.

고급 관리 인력과 과학기술 인재,중국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1차적으로 영주권을 부여받게 돼 중국 출입이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이같은 조치는 중국이 경제건설에 필요한 고급 인력과 함께 외국 기술.자본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지만 지금까지 중국 내 외국인에게 '장기 체류자' 신분만을 부여하며 통제해왔던 중국으로서는 정책상의 대변화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는 경기침체에 시달리는 홍콩과 마카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들 지역으로 가는 중국인들의 상무 비자 유효기한을 3년으로 연장한 점이다. 중국은 시간에 쫓겨 일을 보지 못하고 돌아오는 중국 상인들의 편리를 위해서라고 설명하지만 사실은 중국과 홍콩.마카오간의 경제 일체화를 위한 수순으로 풀이되고 있다.

단속과 통제를 사회관리의 핵심으로 여겨온 중국이 위험을 무릅쓰고 출입국 문호의 빗장을 열어젖힌 것은 WTO 가입에 따른 개방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중국 내 전문가들은 말한다.

더 이상 의구심을 갖고 중국을 보지 말라는 것이다. 중국은 앞으로도각종 법규와 행정조치 등에서도 대대적인 개혁조치들을 잇따라 내놓을 예정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으로 세계화 시대를 이끌겠다는 대범한 발상인 것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sc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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