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뉴 스타워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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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냉전 말기인 1980년대 미국과 소련의 대기권 밖 미사일 요격 군비 경쟁, ‘스타워즈’가 재현되고 있다. 이번엔 상대가 바뀌어 미국과 중국이다.

 28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군은 전날 자국 영토 내 한 군사기지에서 가상의 적 미사일을 쏘아올렸다. 미사일이 대기권을 벗어나는 시간을 계산해 지상 기지에서 요격미사일이 발사됐다. 중국 국방부 관계자는 “요격시험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번 시험은 중국판 미사일 방어(MD)체제 구축이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미사일 요격은 중국군이 구축한 ‘전투관리체제’에 따라 진행됐다고 신경보(新京報)가 전했다. 이 시스템은 크게 적 미사일을 탐지하는 감응시스템과 요격시스템, 종합적 전투관리 시스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따라 미사일 요격과 동시에 육상 기지와 해상 함정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발사지점을 타격했다.

 신경보는 현재 대기권 밖에서 미사일 요격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해 말 독자적으로 개발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인 베이더우(北斗)를 이번 요격시험에 활용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고도에서 어떤 미사일로 요격에 성공했는지는 밝히지 않아 미국 수준의 MD 구축에 성공했는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앞서 중국은 2010년 1월 처음으로 미사일 요격시험을 했으며 당시에도 목적을 달성했다고 주장했었다. 중국은 지난해 항모와 조기경보기 실전배치에 이어 26일 대형 군수송기 시험비행에도 성공했으며 이번 미사일 요격에 성공함으로써 ‘군사대국’ 행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시험은 순수하게 방어용이며 제3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며 중국 위협론을 경계했다.

 미국 역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우주공간에서 요격하는 지상기반 외기권방어(GMD) 실험에 성공했다고 27일(현지시간) 미 미사일방어청(MDA)이 밝혔다. 실험은 전날 두 단계로 진행됐다.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3단계 추진 지상요격기를 쏘아 우주공간에 진입시켰다. 이어 요격기에 탑재된 외기권파괴비행체, 일명 ‘킬 비이클’이 분리돼 시속 4500마일(7242㎞) 이상의 속도로 날아 ICBM을 요격했다. 요격실험은 총 8차례 이뤄졌으며 모두 목표물에 명중했다. MDA는 “2010년 12월 실험에 실패한 이후 2년여 만에 다시 도전해 성공을 거뒀다”며 “GMD 시스템 구축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을 떼게 됐다”고 밝혔다.

 킬 비이클의 대당 가격은 6억3600만 달러(약 6800억원·개발비 포함) 수준이다. 제작사인 ‘레이시온’의 웨스 크레머 부회장은 “GMD 시스템은 ICBM 공격으로부터 미국 본토를 방위하기 위한 것으로 킬 비이클은 그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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