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섬' 어떻게 만들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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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섬'은 씻김굿이나 살풀이춤에 비유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두고 사는 갖은 원한을 한바탕 몸짓으로 풀어내듯 '꽃섬'은 10대, 20대, 30대 여성 세 명의 가슴에 숨겨진 크나큰 고통을 차분한 영상으로 씻어낸다.

또 '꽃섬'은 그림으로 치면 인물화에 가깝다. 각 캐릭터의 변화과정을 치밀한 인과관계를 통해 드러내는 드라마적 기법보다 한 인물의 변해가는 이미지를 순간순간 포착해 제시하는 소묘적 속성에 의존한다. 때문에 카메라는 각 인물들의 얼굴을 자주 클로즈업한다.

6㎜ 디지털 카메라 세 대를 들고 찍었지만 디지털 영화에서 흔히 발견되는 흔들리는 영상, 거친 입자 등은 별로 띄지 않는다.

디지털 영상을 일반 극장용으로 전환하는 키네코 작업에 다른 디지털 영화의 두 배 가량인 1억여원을 들여 최대한 부드러운 화면을 연출했다고 한다.

현실과 환상이 혼합된 팬터지류의 작품이라는 것도 특징.

각기 상처를 안고 사는 세 여인의 삶을 하나하나 추적하되 하늘로 비상하는 날개, 허공을 유영하는 배 등 마술적 요소를 삽입해 독특한 분위기를 빚어낸다.

'고양이를 부탁해'의 좌절된 여성,'와이키키 브라더스'의 3류 밴드,'소름'의 초월적 공포 등과 부분부분 비교하며 보는 것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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