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뒤집기]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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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제과는 국내 과자업계에서 가장 큰 회사지만 스낵 사업은 하는둥 마는둥 한다. 스낵 분야에서 1위인 농심을 배려하는 차원에서다. 농심의 신춘호(辛春浩) 회장은 롯데 신격호(辛格浩)회장의 동생이다.

한 집안이다 보니 롯데는 농심의 주력인 라면 사업에는 눈길도 안준다. 스낵도 마찬가지여서 사업을 하는 시늉만 내는 수준이지 본격적으로 참여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명색이 과자를 만드는 회사에 스낵 제품이 전혀 없는 것도 문제여서 한두 제품만 구색용으로 만드는 정도다. 1970년대부터 '꼬깔콘'이란 옥수수 스낵을 평택 공장에서 만드는 게 롯데제과 스낵사업의 전부일 정도였다.

스낵 시장은 연간 6천5백억원 규모에 달해 건과 시장에서는 덩치가 가장 크다. 빙과 시장(7천5백억원)에는 뒤지지만 건과 중 비스킷(4천3백억원)이나 초콜릿(2천5백억원)보다는 시장 규모가 훨씬 크다.

그런데도 롯데제과는 스낵 업계에서 꼴찌라는 불명예를 무릅쓴 채 스낵 시장을 방치해 온 셈이다. 그러던 롯데의 입장에 차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한국야쿠르트에서 스낵을 만들어와 판다.

신세대들이 잘 쓰는 감탄사를 제품이름에 그대로 옮긴 '오잉'이란 밀가루 스낵은 한국야쿠르트가 제조한 것을 롯데제과가 판매하는 제품이다.

이는 식품회사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적과의 동침'에 해당한다. 생산과 마케팅을 서로 나눠 경쟁회사와 손잡는 것이다.

롯데제과는 또 지난 4월부터 한국야쿠르트가 만든 '핫츠'라는 스낵을 판매하고 있다.

롯데가 스낵 분야에 자체 설비 대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참여하는 것은 농심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辛씨 집안 전체로 보면 농심이 터를 잡고 있는 스낵 분야에 롯데제과가 새로 진출하는 것은 중복투자에 해당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규 투자를 하는 게 부담이 되니까 경쟁회사와 제휴하는 전략을 선택한 측면도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스낵 장사에 자신이 없던 터에 롯데가 판매를 맡아준다고 하니까 선뜻 제휴에 나섰다. 스낵 설비를 놀리고 있던 한국야쿠르트로서는 일감이 늘어나 공장가동률을 높이는 재미도 봤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공생 마케팅'이 성공한 사례다.

이종태 기자ijo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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