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음악으로 시작해 쇼팽으로 가는 길 열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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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라파우 블레하츠

폴란드 출신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28)가 다음 달 13일 내한한다. 2005년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한 그다.

심사위원들은 “블레하츠의 연주가 다른 참가들과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며 2위 수상자를 발표하지 않았다.

 그는 폴로네이즈·콘체르토 등 4개의 특별상도 수상했다. 1927년 시작된 쇼팽콩쿠르에서 특별상 4개 부문을 한 연주자가 독차지한 건 처음이었다.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는 내한 공연에선 쇼팽을 비롯해 바흐의 파르티타 3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7번을 연주한다. 그를 e-메일로 만났다.

 -바흐를 고른 건 의외다.

 “이번 독주회는 바흐의 음악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쇼팽에게 바흐의 음악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 싶다. (※쇼팽의 곡들은 2부에 시작될 예정이다.) 내 인생에서도 바흐의 작품은 중요하다. 피아노를 시작한 5살 때 그의 작품을 만났다. 바흐가 남긴 오르간 작품을 연주하고 싶었지만 피아노가 내게 더 맞는 악기라는 생각했다.”

 -폴란드 피아니스트가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한 건 크리스티안 짐머만(57) 이후 30년 만이다. 쇼팽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폴란드 출신인 쇼팽은 내 심장에서 가장 가까운 작곡가다. 그의 음악을 접할 때마다 다양한 감정을 만날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그의 음악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는 찾아낼 수 없다.”

 -콩쿠르 우승 이후 변한 게 있나.

 “콩쿠르는 하나의 돌파구였을 뿐이다. 나 자신과 음악에만 집중하고 있다. 콩쿠르를 통해 다른 음악가들의 연주를 비교하는 것은 음악의 본질을 무시하는 것 같다.”

 블레하츠의 가방엔 폴란드 철학자 로만 잉가르덴(1893~1970)의 책이 항상 들어있다. 유럽 연주 투어 때도 비행기가 아닌 자동차로 이동하고 차 안에선 철학 강의를 듣는다. 그는 “음악철학이나 미학에 관심이 많다. 잉가르덴은 음악을 해석하는 데 흥미로운 시각을 남겼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서 쇼팽 연주에 대한 힌트를 조금 얻었다.

“음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결국 음악이 요구하는 것과 내가 가진 예술적인 자유로움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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