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중국경제 대장정] 주식회사로 변신하는 시안영화제작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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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은 관광, 첨단뿐 아니라 문화산업에도 중국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장이모(張藝謨)감독의 '붉은 수수밭(紅高梁.1987)'은 중국영화에 별 취미가 없는 사람이라도 한번쯤 들어본 영화일 것이다.

'붉은 수수밭'은 1988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아 중국영화를 세계에 알린 대표작이다. 그러나 張감독이 시안(西安) 출신이고 '붉은 수수밭'이 시안영화제작소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중국영화 하면 으레 베이징.상하이부터 떠올리기 때문이다. 시안을 찾는 관광객들도 삼장법사가 인도에서 가져온 불경을 보관해 놓은 다옌타(大雁塔)에만 관심을 둘 뿐 그 옆에 있는 시안영화제작소는 그냥 지나친다.

시안제작소는 베이징.상하이영화제작소에 이어 1958년 중국 4대 영화제작기지 중 하나로 설립됐다. 초기엔 문제작을 많이 냈지만 66년 문화대혁명이 시작되면서 정부 선전영화를 만드는 '공장'이 돼버렸다.

시안제작소가 옛 명성을 되찾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중반 중국의 '제5세대 감독'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면서부터다. 문화대혁명 이후 베이징영화학교에서 공부한 5세대 감독들은 정부의 간섭을 피해 베이징이나 상하이를 피해 시안으로 와서 영화를 만들었다.

張감독의 '홍등(紅燈.91)', 황젠신(黃建新)감독의 '검은 대포 사건(黑砲事件.85)', 우톈밍(吳天明)감독의 '인생(人生.84)'과 '오래된 우물(老井.87)' 등 시안에서 제작한 5세대 감독들의 대표작은 다 열거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89년 톈안먼(天安門) 사건은 시안제작소를 다시 침체의 늪으로 몰아 넣었다. 정부가 5세대 감독들의 영화를 잇따라 상영 금지하자 이들도 제작을 포기하거나 아예 외국으로 떠나 버렸기 때문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개혁.개방 정책에 따라 96년부터는 정부에서 타 쓰던 제작비도 끊겨 버렸다.

그후 시안제작소는 영화와 함께 드라마.광고.다큐멘터리.음반 등을 제작하는 종합미디어그룹으로 변신을 모색중이다, 이를 위해 시안제작소는 지난해 중국 최초의 영화제작관련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방송.광고 등 8개 관련회사와 공동 출자해 만든 '시영(西影)서비스회사'가 그것이다. 이 회사 송다이(宋岱) 부사장은 "중국 최초의 영화 주식회사인 이 회사가 성공하면 시안은 물론 중국 영화산업의 지도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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