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걸 만남" 전화해 찾은 호텔방 안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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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서울 소재 명문대 출신에 잡지 모델 경력을 갖춘 강남 하이퀄리티 클럽 여성’ ‘화류계의 때가 묻지 않은 레이싱 모델’.

 지난해 10월 인터넷 음란 사이트로 알려진 M사이트에 자극적인 광고 글이 올라왔다. ‘유명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여배우가 있다’는 글도 있었다. 광고를 올린 최모(42)씨가 인터넷에 남긴 휴대전화엔 남성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최씨는 전화를 걸어온 이들에게 “애인을 원하느냐, 아니면 화끈한 걸 원하느냐”고 물었다. 이런 방식으로 예약이 끝나면 최씨는 남성들을 서울 강남의 한 특급호텔로 안내했다. 최씨는 일단 호텔 로비로 남성들을 오게 한 뒤 다시 전화를 걸게 해 인상착의를 확인하고 객실 호수를 알려줬다. 남성들이 조심스레 노크를 하고 들어간 호텔 방 안에는 여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2일 이 같은 수법으로 성매매를 주선한 혐의(성매매알선처벌법 위반)로 최씨 등 업주 등 모두 13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인터넷 음란사이트에 ‘연예인급 여성과의 화끈한 만남, 애인모드, 골프투어’라는 제목의 광고를 냈다. 최씨 등은 여성들을 모두 연예기획사 소속이라고 속이고 호텔 예약비를 포함해 한 사람당 최고 2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렇게 8280만원의 불법 수익을 올렸다. 연예기획사를 사칭한 최씨는 쇼핑몰 피팅 모델과 레이싱 모델, 스튜어디스 등을 빙자한 프로필과 선정적인 사진 등을 올려 남성들을 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은 성매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일주일 전부터 호텔 여러 곳을 사전 예약해 성매매 장소로 활용했다. 서울 논현동·역삼동·방배동 일대 특급호텔 7곳을 골고루 이용했다. 호텔 예약은 인터넷 예약사이트를 통했다. 수십만원에 달하는 호텔 숙박비를 이렇게 하면 하루 10만~15만원 정도로 싸게 확보할 수 있었다.

윤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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