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외교부·농식품부 … 국회에 ‘생존 로비’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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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통합당 신학용 의원이 맡고 있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실엔 16일부터 전직 교육공무원들에게서 전화가 부쩍 많이 걸려오기 시작했다. 국회 교과위 관계자는 “17일 오전에만 10여 통 받았다”며 “대부분 교육과학부 출신의 퇴직 공무원과 대학 교수들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직 교육관료들은 한결같이 ‘대학 지원 기능을 미래창조과학부로 넘기면 교육부는 있으나마나’라고 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 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교육과학기술부의 과학 분야는 신설될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된다. 이에 따라 교과부가 관할했던 대학 지원 기능이 미래창조과학부로 넘어가지 않도록 국회를 상대로 전직 공무원들의 물밑 설득 작전이 벌어지고 있다. 또 다른 교과위 관계자는 “전직 공무원들이나 교수들이 야당에 전화한 이유는 현직 공무원들의 부탁 때문 아니겠느냐”며 “교과부 내에선 이미 대학 지원 기능을 담당할 부처를 놓고 교육부 출신들과 과기부 출신들 간의 알력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대학 지원엔 막대한 예산을 다루는 연구개발(R&D) 분야가 포함돼 있다. 이를 뺏기지 않으려고 교육 파트와 과학 파트 간에 힘겨루기가 시작됐다는 뜻이다.

 인수위의 정부 조직개편안 발표 이후 각 부처의 ‘생존로비’가 치열해질 조짐이다. 여기에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까지 동조하고 나서 정부 조직개편안의 국회 처리가 순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새누리당 소속 안홍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17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중·일 3국 기업인 신년 교류 리셉션’에 참석해 외교통상부에서 통상 부문을 분리하는 인수위 방안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 원점으로 돌릴 수 있도록 의원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외교통상부에서 통상 부문을 떼어내 지식경제부와 합쳐 ‘산업통상자원부’를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안 위원장은 “자유무역협정(FTA)과 외교는 밀접한 연관이 있고, 산업 쪽(산업통상자원부)에서 FTA 협상을 하게 되면 야당이나 국민이 재벌에 비중을 두는 것으로 여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은 “야당에서도 납득하지 못 하는 의원들이 있다”며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사안이므로 전문가 의견을 듣고 공론화를 거치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엔 외교통상부에서 떨어져 나가게 된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도 참석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로 입후보한 박 본부장은 연임 가능성이 나돌았으나 통상교섭본부가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되면 현재의 장관급 조직이 차관급 이하로 축소 조정될 것으로 보여 연임이 어려울 수 있다. 외교부 일각에선 “브라질·멕시코·인도네시아가 WTO 사무총장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말도 나온다. 박 본부장은 “(통상 부문의 분리에 대해)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곤혹스러워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이날 전북 전주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농림수산식품부라는) 명칭이 사라진 데 대한 우려가 (각 지역에서 나오고) 있다는 말씀을 이번 주 내로 인수위 정식 보고를 받을 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인수위안에 따르면 농림수산식품부는 박근혜 정부에서 ‘농림축산부’로 바뀐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신성범 의원은 “농업은 식품산업과 연계돼야 시너지 효과가 난다”며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넘어오면 여야가 힘을 모아 이름을 ‘농림축산식품부’로 바꾸겠다”고 했다.

 인수위 측은 정부조직 개편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일단 야당의 협조부터 구하고 나섰다.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과 유일호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찾아 “정부조직개편안의 세부사항에 대해선 마무리되는 대로 설명드리고 상의드릴 것”이라며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문 비대위원장은 “야당과 언론이 다 알게 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나중에 크게 혼날 수 있다”며 인수위의 일방적 발표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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