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중소도시 ‘도시형생활주택’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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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충북 청주시 내덕동. 청주에서도 구도심인 이곳은 내덕동을 중심으로 단독·다세대주택촌이 형성돼 있다.

그런데 요즘 이곳에서는 원룸 입주자 모집 광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정부가 도시형생활주택을 장려한 2년여 전부터 이 곳 단독·다세대주택은 도시형생활주택으로 하나 둘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대학이 인접한 데다 청주공단과도 가까운 덕분이다. 내덕1동 단독·다세대주택촌의 경우 한 집 건너 한 집씩 도시형생활주택으로 신축됐다. 공급이 넘치다 보니 대부분 공실이다. 집집마다 임차인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임대료 급락세

요즘 청주는 물론 울산·대전·천안 등 주요 중소 도시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도시형생활주택이 속속 입주하면서다.

울산시의 경우 2010년에는 46가구 정도가 공급됐으나 2011 2292가구, 지난해에는 2000여 가구가 공급됐다. 지방 단독·다세대주택은 대부분의 사정이 그렇다.

대전 역시 2009 108가구, 2010 1966가구, 2011 3591가구 지난해 2926가구로 지속적인 공급이 이뤄졌다. 물량이 쌓이면서 본격적으로 공실이 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단기간에 공급이 집중되면서 공급 과잉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후죽순 도시형생활주택이 들어서면서 지금은 임차인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급이 넘치다 보니 임대료는 하락세다.

청주시 내덕동의 경우 1년 전만해도 이 지역 원룸 임대료는 보증금 100만원에 월 40만원 선이었으나, 지금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 20만원 선이다. 1년새 월셋값이 반토막난 셈이다. 내덕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가격에라도 임차인을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주변에서는 도시형생활주택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9년 도입 후 공급된 20만여 가구의 도시형생활주택 가운데 30%가량이 미입주 상태다.

올해는 특히 2011년 이후 공급된 물량 상당 수가 입주를 앞둬 미입주율은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래서 서울시뿐 아니라 국토부와 각 지자체도 도시형생활주택 매입에 나섰지만 매입 규모는 전체 공급량의 1%도 안되는 미미한 수준이어서 도움이 안 될 전망이다.

대안 없어 손해 감수해야

감정평가 등으로 매입단가를 낮추더라도 이미 비싸게 책정한 분양가 때문에 적정가 매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사업자들이 일정부분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시행하는 공공원룸 매입임대의 경우 가구별이 아닌 동별 일괄 매입이다.

즉 일부 분양된 경우엔 현실적으로 매입이 어렵다는 게 정부와 지자체의 설명이다. 그나마 한정된 재원으로 인해 연간 매입 규모도 지난해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런 이유로 부동산 업계는 최근 2년간 전국적으로 19만가구 이상 공급됐음을 감안할 때 올해 미분양·미입주에 따른 도시형생활주택 대란이 벌어질 수도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도시형생활주택 매입을 늘릴 계획이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또는 신축 다가구·다세대주택 매입임대사업의 일환으로 도시형생활주택 매입을 진행하고 있지만 전체 물량에 비해 매입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올해도 매입 규모를 크게 늘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지자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SH공사는 올해 도시형생활주택 매입계획을 지난해의 70%(400여 가구) 수준으로 짜고 있다. 그나마 지방은 이런 계획도 없다. 충청도의 한 관계자는 “관리상 문제 등으로 개별가구 매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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