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日사이타마 경기장 교통· 안전· 질서 허점

중앙일보

입력

지난 7일 일본-이탈리아전이 벌어진 사이타마 월드컵 경기장은 수용인원 6만3천7백명으로 내년 한·일 월드컵에서 일본 내 본선 첫 경기와 준결승이 벌어지는 곳이다.

그러나 월드컵을 앞둔 예행연습으로 첫 국제경기를 치른 이날 몇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교통과 안전, 장내 질서에 관한 부분들이다.

도쿄 북쪽에 있는 사이타마 경기장은 도심과 멀리 떨어진 허허벌판에 지어졌다. 최근 완공된 고속전철의 종점인 우라와 미소노(浦和美園)역에서 경기장까지는 걸어서 15분쯤 걸린다.

이날 주최측은 경기장으로 연결된 도로를 통제, 관중은 대부분 전철을 이용했다. 입장 때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6만여명이 동시에 퇴장할 때가 문제였다. 오후 9시20분쯤 경기가 끝났고, 취재를 마친 기자는 10시쯤 경기장을 나왔다. 역에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있는 게 보였다. 폭 20여m의 넓은 길을 나온 사람들이 단 하나뿐인 좁은 전철역 입구 통과 과정에서 병목현상이 생긴 것이다. 3백여m를 전진하는 데 한 시간 이상이 걸렸고, 기자는 11시반에야 전철을 탈 수 있었다.

중간 중간에 교통요원들이 "천천히, 천천히"를 외치며 대열을 유도했고, 참을성 많은 일본 관중은 천천히 대열을 따라 움직여 다행히 아무런 사고도 없었다.

그러나 내년 월드컵 경기가 끝난 뒤 자국 팀의 승패에 영향을 받아 흥분한 외국 관중이 대열을 밀어붙인다면 자칫 대형 사고가 날 우려가 커 보였다.

또 역과 경기장을 연결하는 도로에는 가로등을 비롯한 조명 시설이 열악해 매우 어둡고 주변은 허허벌판이라 훌리건들이 난동 부리기 좋은 상황이었다.

한국도 월드컵을 앞두고 퇴장 시 관중 분산,심야 교통편,경기장 연결 도로의 조명과 안전 문제 등을 꼼꼼하게 점검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