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루네오가구, 10년만에 법정관리 졸업

중앙일보

입력

보루네오가구가 9년10개월 간의 법정관리에서 풀려났다.

보루네오가구는 "지난 2일 인천지방법원으로부터 1991년 12월부터 진행했던 회사정리절차 종결 결정을 받았다"고 4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보루네오가구 주식은 거래소 관리종목에서 지정 해제돼 5일부터 정상 거래된다.

법정관리 종료는 최대 채권자였던 캠코에스지인베스터스(옛 성업공사인 자산관리공사가 만든 페이퍼 컴퍼니)가 채권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해 보루네오가구를 인수한 데 따른 것.

캠코에스지인베스터스는 보유 채권 4백98억원 중 4백16억원을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82억원은 받지 않기로 했다.

보루네오가구가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 올해 50억원의 영업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기업 가치가 높아지자 인수를 결정한 것이다.

보루네오가구는 당초 2008년 3월에 법정관리를 마칠 예정이었으나 이를 6년반 앞당겨 조기 졸업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보루네오가구의 자구노력도 강도있게 진행됐다. 1991년 3천명을 넘던 직원은 8백99명으로 줄었고, 도쿄(東京).홍콩.로스앤젤레스.뉴욕의 현지법인은 모두 문을 닫았다.

지난 7월에는 노사 공동으로 '영원히 분규와 파업없는 회사'를 선언했으며, 올해 임금을 동결하고 상여금 3백50%와 복리후생비를 반납하기도 했다.

이번 출자 전환과 10년 가까운 법정관리 기간 중의 꾸준한 부채 상환에 따라 보루네오가구의 부채비율은 80%가 됐다.

한편 최대 주주가 된 캠코에스지인베스터스는 임창빈 호라이즌캐피탈 재무담당 이사를 보루네오가구의 새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호라이즌캐피탈은 캠코에스지인베스터스의 투자운용회사다.

보루네오가구는 66년 설립됐으며 89년에는 미 월스트리트 저널이 '21세기 유망 세계 66대 기업'으로 꼽는 등 한국 가구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후 무리한 해외진출로 91년 말 2천억원이 넘는 빚을 지며 경영난에 봉착, 그해 12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보루네오가구의 창업자인 위상식(69) 전 사장은 90년을 전후해 동서가구 위상균(63) 전 사장, 바로크가구 위상돈(56) 전 사장과 함께 국내 가구시장의 10% 이상을 점유, '가구 형제 3총사'로 불리기도 했다.

홍승일.권혁주 기자hong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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