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하는 분단 비극|「한스·벨첼」박사 회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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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족 분단의 비극을 함께 겪고있는 한국인에게 나는 각별히 깊은 동정과 공감을 가진다』.
24일 내한한「한스·벨첼」(Hans Belzel)박사(독일「본」대학총장·63세)는 조용히 소감을 밝힌다.
법학 특히 법철학의 세계적 대학자인 그는 명성에 어울리는 탈속한 풍모를 지니고 있다.
그의 겸허한 모습 속에는 어딘지 냉엄한 품격이 있다.
그는 서울의 인상을 이렇게 말한다.『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그들 가운데는 서백림처럼 피난민이 많을 것이다.
고향과 가족을 버리고 온 그들의 괴로움을 나는 잘 안다』그는 고향인 동독「삭센」의「튀링」에 때때로 간다고 하면서, 한국은 독일에 비해서 더 어렵고 비참한 처지에 있다고 침통한 어조로 말한다. 지난 25일 밤늦게 반도「호텔」로 찾아간 기자에게「벨첼」박사는 피로의 기색도 없이 한국과 독일의 공동 운명과 현대가 당면한 문제를 얘기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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