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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홈런 두 방 왜 맞았나

중앙일보

입력

'꿈의 무대' 월드시리즈에 처음 선 김병현은 잘 던졌다. 큰 무대에 처음 등판했다고는 볼 수 없을 만큼 패기있게 호투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타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9회말 2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티노 마르티네스(34)는 양키스 타선에서 김병현이 가장 경계해야 할 타자였다.

양키스 타자들은 대부분 김병현과 같은 잠수함 투수를 상대한 경험이 없었다. 그들이 첫 타석에서 김병현의 낯선 구질에 허덕일 수밖에 없던 이유다. 그러나 우투좌타 마르티네스는 1988년 서울올림픽 국가대표로 한국에 왔던 선수다. 탬파대 4학년이었던 마르티네스는 한국.일본.대만 등의 잠수함 투수를 상대해 봤다. 당시 한국대표팀에는 이강철(기아)이 있었다.

마르티네스는 노련한 베테랑답게 김병현의 마음을 읽었고 초구를 노리고 있었다. 이전 타자 윌리엄스를 3구 삼진으로 잡은 김병현은 템포를 늦추는 것이 나았다. 한 박자 쉬고 어렵게 승부해야 할 마르티네스에게 정직한 리듬으로 초구부터 정면승부를 건 것이 동점 홈런으로 이어졌다.

지터에게 맞은 끝내기 홈런은 더 뼈아팠다. 지터는 양키스에서 가장 영리한 선수다. 타석에서 8구까지 가면서 김병현의 구질을 파악했다. 이때도 김병현은 승부를 빨리 끝내려고 들었다. 다음 타자가 왼손 폴 오닐이었기 때문이다.

서두른 승부가 나쁜 결과로 이어진 홈런 두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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