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트] 국립오페라단이 제대로 서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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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28일까지 상연하는 모차르트의'코지 판 투테'에는 국립합창단이 출연하지 않는다.

31일부터 예술의전당이 자체 제작으로 상연하는 베르디의 '가면무도회'연습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국립오페라단은 음대 재학생.졸업생들로 '국립오페라합창단'을 급히 구성했다. 국립오페라단 창단 이래 국립합창단이 오페라에 출연하지 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시 국립극장 시절부터 국립오페라단 반주를 도맡아왔던 코리안심포니는'코지 판 투테''가면무도회'를 연이어 맡아 낮에는'가면무도회'를 연습하고 밤에는'코지 판 투테'를 연주해야 한다. 게다가 '가면무도회'는 처음 연주하는 곡이라 적잖이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공연 일정을 사전에 조정했더라면 이런'불상사'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국립오페라단.국립합창단.국립발레단이 국립극장 소속으로 있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두 작품 모두'2001 오페라 페스티벌'참가작인데도 운영상의 묘미를 발휘하지 못했다.

이 참에 제의를 하나 해보자. 국립오페라단을 중심으로 국립합창단.국립발레단.코리안심포니를 통합하면 어떨까. 이들 단체에 주는 국고지원 66억원에 예술의전당이 자체 제작하는 오페라 예산도 보태고 사무국 합병으로 인건비를 줄이면 거의 연중 무휴로 오페라극장을 오페라.발레 전용극장으로 가동할 수 있다.

민간 오페라단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으로 오페라 상연 편수만 늘릴게 아니라 국립오페라단이라도 제대로 살려야 한다는 얘기다. 시스템 부재로 풍부한 인적 자원을 낭비하는 일은 없어야한다.

이달말이면 문화부가 국립오페라단.국립발레단.국립합창단 예술감독을 임명한다. 차라리 오페라극장 총감독을 두고 오페라.합창.발레.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을 임명하면 어떨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 제 구실을 하고 국립오페라단도 살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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