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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 변화, 신중해야 혼란 줄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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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윤석만
사회부문 기자

‘교육오년지대계(敎育五年之代計)’.

 요즘 교육계 안팎에서는 차기 정부의 교육정책이 어떻게 바뀔지를 놓고 이런 말이 나온다. ‘교육은 5년마다 바뀌는 계획’이라는 뜻이다. 사교육업계에서는 우스갯소리로 ‘5년짜리 대충 만든 계획’이란 말도 한다. ‘100 년을 내다보는 큰 계획’이라는 원뜻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러나 역대 정권의 교육정책 변화를 보면 꼭 틀린 말도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출범 직후 입시제도를 큰 폭으로 손질했다. 수능 점수 대신 9개 등급으로만 표시했던 등급제(2007년)를 1년 만에 폐지했고, 대학들의 논술 출제 기준을 담은 논술가이드라인을 없앴다. 대신 입학사정관제와 대학 자율화를 내세웠다. 그 결과 대입 전형 개수가 3000개가 넘고 ‘난수표 전형’이란 비아냥이 나왔다. 대학들은 논술시험에 대학수학 등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내용도 출제했다.

 입학사정관제는 ‘임기 말엔 상당수 대학이 거의 입학사정관제로 바뀔 것’(2009년 7월 라디오 연설)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처럼 올해 서울대가 전체 모집정원의 80%를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하는 등 대폭 확대됐다. 1920년대 입학사정관제 도입 논의를 시작해 10년이 훨씬 지난 뒤에야 본격 시행된 미국과 대조된다.

 정부는 수험생 부담을 줄이겠다며 대학수학능력시험을 교육방송(EBS) 수능 강좌와 70% 연계해 출제하고, 수능 만점자를 1%로 맞추겠다는 정책도 내놓았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수능 변별력 논란과 EBS 교재가 교과서를 대체하는 공교육 파행을 불렀다는 비난을 샀다. 올해 11월에는 예고된 대로 수능이 A, B 유형으로 나뉘어 출제된다. 이 모든 변화가 불과 5년 만에 일어났다.

 벌써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입시 간소화 정책을 놓고 말들이 많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고쳐 나가야겠지만 또다시 급작스러운 입시 변화가 생긴다면 학부모와 수험생 혼란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 공약대로 ‘행복교육’을 이루려면 기본 원칙을 잊어선 안 된다. 교육정책만큼은 다소 더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천천히 가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이야말로 당장 눈앞의 생색용 성과를 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미래를 책임지는 엄중한 일이기에 그렇다. 지난해 8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 유명 사교육업체 대표의 말을 새겨야 한다. “가만 놔뒀으면 사교육이 더 급속히 줄어들었을 텐데 마치 정부가 사교육을 살려주려고 비밀팀을 만든 것 같다. 입시정책이 바뀔 때마다 사교육만 키웠다.”

윤 석 만 사회부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