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신약개발, 0.02%의 확률을 향한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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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이 지난 11월 29일 창립 80주년 기념식에서 신약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동아제약]

“제약기업의 살길은 차별화된 신약개발에 있다. 앞으로 세계는 총성 없는 신약전쟁을 펼칠 것이다. 메이드 인 동아제약 제품이 세계에 나갈 수 있게 글로벌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국내 매출 1위 제약사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이 11월 29일 창립 80주년 기념식에서 신약개발에 대해 언급했다. 금광개발 확률은 10%, 유전개발 확률은 5%다. 하지만 신약개발 확률은 0.02%로 희박하다. 강 회장이 신약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위기에 처한 국내 제약기업의 유일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제약업계는 정부의 강력한 약가 인하정책, 의약품 제조시설기준 및 허가규정 강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늘리고 신약을 개발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게 답이라고 간파한 것이다.

 

‘우리 회사의 사회공헌은 신약개발이다’라는 강 회장의 친필 휘호. [사진=동아제약]

◆준비된 신약개발 기업=동아제약의 중장기 R&D 전략은 세 가지다. 첫째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혁신 신약개발, 둘째는 인프라 확충 및 연구역량 강화를 통한 글로벌 R&D 강화, 셋째는 R&D 네트워킹 활성화를 통한 개방형 혁신이다. 이 같은 중장기 전략을 바탕으로 소화기, 비만, 당뇨병, 비뇨기 등 삶의 질과 관련된 질환의 혁신적인 신약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혁신적인 신약의 가치는 천문학적이다. 일명 ‘블록버스터’로 불리는 신약은 한 해 약 10억 달러(약 1조1300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 영국의 제약컨설팅사인 URCH에 따르면 세계 제약시장 매출의 3분의 1을 블록버스터가 차지한다.

 동아제약은 의약품 시장의 성장을 선도할 항체 등 바이오의약품 개발도 추진 중이다. 또 R&D 네트워킹을 구축해 기술혁신,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우수 글로벌 인재 영입을 통한 연구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강신호 회장은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고 세계 유수의 제약사 및 연구기관과 정보를 공유해 신약개발을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1967년부터 제약업계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는 동아제약은 이미 신약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R&D 역량을 강화해 2002년 위염치료제 ‘스티렌’을 발매했다. 이 제품은 연 매출 약 900억 원 규모의 대형 신약으로 자리잡았다.

 2005년에는 세계 네 번째, 국내 최초로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를 개발했다. 현재 누적 매출액이 1000억 원을 넘었다. 지난해 12월 발매한 동아제약 신약 3호 ‘모티리톤(소화불량증치료제)’도 매출 100억 원이 넘었다. 발매 1년 만에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것이다.

 ◆해외서도 제품력 인정 받아=동아제약의 신약개발 성과는 해외에서도 결실을 맺고 있다.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는 미국에서 임상 3상 시험을 마무리 짓고 내년 하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획득할 계획이다. 현재 개발 중인 당뇨병 신약은 지난해 중국 루예(Luye)제약집단과 기술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1996년 개발을 시작한 2세대 슈퍼박테리아항생제 ‘테디졸리드(DA-7218)’는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발매를 앞두고 있어 글로벌 신약 탄생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동아제약은 슈퍼박테리아를 잡기 위한 강력한 신물질을 찾기 위해 약 1300개의 신물질을 연구했다.

 테디졸리드는 현재 미국에서 임상 3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임상시험 결과 1일 1회 투여로 기존 항생제로는 치료가 어려운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 포도상구균) 같은 내성균에 우수한 효과를 나타냈다.

 지난해 12월 동아제약의 제3호 신약으로 발매한 기능성 소화불량치료제 ‘모티리톤’도 글로벌 신약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치료제의 주요성분은 나팔꽃 씨와 현호색의 덩이줄기에서 배출한 천연물질이다. 회사측에 따르면 부작용이 없으면서 위배출촉진, 위순응장애 개선, 위팽창통증억제에 복합적으로 작용해 위장기능을 근본적으로 개선한다.

 동아제약 김순회 연구본부장은 “동아제약은 과감한 투자로 최상의 연구개발 환경을 구축해 글로벌 혁신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동아제약은 내년 지주회사로 전환하며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한다. 지주회사는 국내와 해외사업의 효율적인 연계, 해외 법인의 체계적인 관리 등을 전담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속화 한다. 특히 세계 각국 의약품 시장의 특징을 고려한 진출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혁신연구소를 설립한다. 동아제약 김원배 사장은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로의 변화가 가속화 될 것”이라며 “의약품 분야 사업과 투자사업 분리를 통한 경영 효율성 증대로 세계적 수준의 기업으로 올라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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