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기교파 김선형 vs 실속파 양동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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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김선형(左), 양동근(右)

SK 김선형(24·1m87㎝)과 모비스 양동근(31·1m81㎝)이 올 시즌 프로농구의 신(新)라이벌로 떠올랐다. SK는 김선형을 앞세워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그 뒤를 양동근의 모비스가 반 경기 차로 바짝 뒤쫓고 있다. 20일 울산에서 열리는 맞대결 결과에 따라 1위팀이 모비스로 바뀔 수도, SK가 단독 선두를 굳힐 수도 있다. 올 시즌 최고의 맞대결이다.

 김선형과 양동근은 닮은 듯 다르다.

 둘은 모두 공격형 포인트가드다. 결정적인 순간 패스 한 개로 팀을 살리기보다 직접 공격해 성공시킨다. 그러나 플레이 스타일은 다르다.

 김선형은 화려한 기교파다. 리바운드를 잡자마자 반대편 골대까지 질풍처럼 드리블하고, 상대 수비를 피하는 절묘한 기술을 써서 레이업슛을 넣는다. 호쾌한 덩크슛도 자주 한다. 김선형이 공을 잡으면 관중석이 시끄러워진다. 양동근은 실속파다. 가드 중에서 리그 최강의 수비력을 자랑한다. 양동근이 3라운드 LG전에서 상대 선수를 베이스라인 쪽으로 몰아넣고 꼼짝달싹 못하게 밀어붙이는 장면은 ‘프레스 수비의 교과서’였다. 전태풍(오리온스)은 양동근의 수비가 너무 괴롭다며 “짐승 같다”고 표현한 적도 있다. 드리블이나 슛을 할 때 화려한 기교를 쓰진 않지만 3점슛과 점프슛 성공률이 높다.

 김선형은 “양동근 선배는 나의 롤 모델”이라고 했다. 지난 7월 대표팀에 함께 소집됐을 때를 회상하며 “양동근 선배에게 한 가지라도 더 배우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양동근은 “요즘 김선형은 대세 아닌가. 선형이가 나보다 낫다”며 “나는 나이 먹어서 선형이의 빠른 발을 못 따라간다. 선형이의 플레이는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 마력이 있다”고 했다.

 둘은 올스타 팬투표 1위 자리를 두고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양동근은 최근 두 시즌 연속 올스타 팬투표 1위에 올랐지만 올 시즌은 김선형이 중간집계 1위를 달리고 있다. 3만392표의 김선형을 2위 양동근(2만9733표·이상 17일 현재)이 600여 표 차로 추격 중이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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