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의 똑똑클래식] 부둣가 상점서 우연히 발견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악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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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김근식
음악카페 더클래식 대표

Orchestral Suite No. 3 In D Major, BWV 1068 II. Air (관현악 모음곡 라 장조 중 제2악장의 아리아, 작품번호 1068번) 이것이 흔히들 ‘G선 상의 아리아’라 부르는 바흐음악의 정식 명칭이다.

일화 하나. 바흐가 어느 날 자기가 살던 독일의 아이제나흐 지방으로 산책 나갔다가 소나기가 내려 어느 가난한 집으로 비를 피해 들어갔는데 그 집에는 자녀들이 많았다. 대 작곡가인 바흐를 보자 그들은 바이올린을 건네주며 한 곡 연주해 주기를 부탁했다. 바흐가 연주하려고 바이올린을 보니 그 바이올린에는 G선 하나 밖에 없었다. 바이올린의 G-D-A-E 4현 중 제일 낮은 G선만이 걸려 있고 다른 줄은 모두 끊어져 있었던 것이다. 할 수 없이 한 줄만 가지고 곡을 연주한 바흐는 이 곡을 ‘G선상의 아리아’라고 이름 붙이게 됐다.

일화 둘. 바이올린 연주의 천재였던 파가니니가 연주회에서 이 곡을 연주하던 중 현이 모두 끊어져 G선 하나만 남게 됐는데 끝까지 이를 연주해 그때부터 이 곡을 ‘G선 상의 아리아’라고 부르게 됐다.

듣기에 그럴싸한 이 두 가지 일화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 클래식을 잘 모르는 이들도 듣고 싶은 곡을 얘기하라면 대뜸 거론하는 이 곡은 1730년 경에 작곡됐으나 100년 후 멘델스존이 지휘하는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 의해 초연됐고 1871년 당대의 명 바이올리니스트 빌헬미에 의해 피아노 반주를 곁들인 바이올린 독주곡의 형태로 초연되면서부터 ‘G선 상의 아리아’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오늘날 실제로 바이올린의 G선만으로 연주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 작품에서의 Air는 프랑스어로 ‘노래’ 또는 ‘가곡’을 뜻하는 단어로 Aria의 오기가 아님을 알아두면 좋겠다.

“그날 아버지는 나에게 처음으로 풀 사이즈의 첼로를 사줬다. 그리고 우리는 부둣가에 있는 오래된 악보 상점에 들렀다. 여기 저기서 많은 악보들을 훑어보다가 우연히 낡고 색이 바랜 한 묶음의 악보뭉치를 발견했다. 그것은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그때 내 나이 열세 살이었으며 그 후 80여 년 동안 그것을 처음 대했을 때의 놀라움은 생생하게 마음 속에 남아 있다. 나는 말로써는 다할 수 없는 흥분을 느끼며 이 곡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12년간 매일 밤 그 곡을 연구하고 연습하고도 그 중의 한 곡이라도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결국 스물 다섯 살이 돼서야 비로소 연주해도 되겠다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

무려 200여 년간 먼지 속에 파묻혀 있던 바흐의 걸작 ‘무반주 첼로 모음곡’ 악보를 거리의 상점에서 발견한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는 이 곡으로 단연 첼로의 거장이 됐으며 또한 이곡은 카잘스에 의해 첼로의 고전이 됐다. 바흐는 독일어로 ‘실개천’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베토벤은 바흐에 대해 평하기를 바흐는 실개천이 아니라 음악의 대양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토벤의 말대로 바흐의 음악은 5대양을 넘나들며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김근식 음악카페 더클래식 대표
http://cafe.daum.net/theClas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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