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 조류독감 남북 합동방역 급하다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평양을 비롯한 닭 공장 2~3곳에 조류독감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달 초부터 흘러나온 조류독감 발생설을 지난 15일까지 부인하던 북한이 뒤늦게 시인한 것은 그 피해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방역체계가 열악하고 우리와 인접한 북한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한 것은 심각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은 조류독감에 감염된 사람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에게 감염되는 고(高)병원성인지가 밝혀지지 않아 아직은 미확인 상태다. 방역장비의 미비함을 감안할 때 완벽하게 소각했는지도 미지수다. 대북 사업자들 사이에 '북한 주민이 죽은 닭을 도로 파내 시장에 팔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사실 여부를 떠나 불안한 대목이다. 북한은 효율적 대책 마련을 위해선 정확한 실상 파악이 급선무라는 점을 명심하고 진상을 국제사회에 즉각 알려야 한다.

정부도 만반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는 "북한산 닭과 오리가 수입된 적이 없기 때문에 조류독감이 남측으로 옮겨올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안이한 인식이다. 조류독감은 철새들에 의해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남한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2003년 충북 음성에서 발생한 조류독감도 중국에서 날아온 철새에 의해 발생했다는 학계의 주장도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남북 간 합동방역이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라는 점을 북한에 설득해야 한다.

북한은 식량난 완화를 위해 2001년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양계사업을 육성해 왔다. 평양 다섯 곳을 비롯한 수십 곳에 닭 공장이 세워졌다. 북한 발표대로 수십만 마리가 소각됐다면 전국적으로 피해를 봤을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어려운 생활을 해온 주민들의 고통이 더욱 가중될 게 확실하다. 정부는 북한의 조류독감 방역을 위한 약품.장비 지원은 물론 다양한 인도적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런 우리의 선의에 북한이 호응, 꽉 막힌 남북 당국 간 관계에 숨통이 트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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