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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략 축소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미국이 대규모 공습.침투 작전을 포기한 것은 아무리 따져봐도 이런 전략으론 득(得)보다 실(失)이 많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 불안 요인 많아 우회작전=우선 미국은 공격의 명분을 확고하게 갖추지 못하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이 비행기 돌진테러의 주범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아직 물증을 대지 못하는 상황이다. 물증없이 아프가니스탄에 전면공격을 할 경우 이슬람권을 중심으로 한 국제적 비난 여론에 직면하고 보복테러도 당할 수 있다.

미국내 여론도 초기의 분노가 가라앉으면서 '보복테러를 초래할지 모를 화풀이성 공격은 곤란하지 않으냐' 는 쪽이 세를 늘려가고 있다.

공격목표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도 부담이다. 천연 요새 같은 아프가니스탄 지형에서 빈 라덴의 행방을 찾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닌데 섣부른 공격으로 민간인들의 피해만 초래할 경우 미국은 궁지에 몰릴 수 있다.

게다가 전투병력이 직접 투입되면 적잖은 사상자를 낼 게 뻔하다.

옛소련이 아프간 침공에서 1만여명의 희생자를 낸 데서 보듯 종교적 신념으로 무장한 탈레반 병사들과의 직접 교전은 사상자를 각오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아프가니스탄 진입의 길목인 파키스탄의 정정이 불안한 것도 변수다. 지난해 쿠데타로 집권해 가뜩이나 지지기반이 취약한 페르베즈 무샤라프 정권은 현재 미국을 돕지 말라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해 있다. 자칫 핵무기 보유국인 파키스탄에 정변이라도 일어난다면 미국으로선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격이다.

◇ 시장 충격도 고려사항=경제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이 대규모 공격을 시사하면서도 이를 계속 미룬 결과 경제적 불확실성은 계속 증폭됐다.

뉴욕증시는 사태의 조기수습 기대감이 무너지면서 지난주 15%나 떨어져 대공황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번주 들어 오름세로 돌어서긴 했지만 여전히 살얼음판 같은 장세며, 전쟁이 예측 가능한 상태로 정돈된 뒤 투자하겠다는 관망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공격지연과 주가하락은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25일 발표된 미국의 9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00 아래로 곤두박질했다.

소비심리의 위축은 자동차.컴퓨터 판매, 항공.여행수요 등 실물경제에 직접적 타격을 줘 자동차 판매의 경우 테러사태 이후 25%나 급감했다. 기업들은 수익악화를 호소하는 가운데 이러다간 경기회복 시점이 2분기 이상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잇따랐다.

미국이 전쟁의 방향을 보다 구체화함으로써 시장이 걱정해온 불확실성은 줄어들게 됐다. 다만 전쟁이 오래갈 것이 분명해진 점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김광기 기자 kikw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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