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하루 1만명 탈 때 공항 승객은 반토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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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달 8일 울산시에 경남도가 보낸 공문 한 장이 도착했다.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에서 경남 양산을 거쳐 동서울터미널로 가는 시외버스 노선 중 언양 출발노선을 없애고 양산에서 곧장 서울로 가게 하자는 노선조정 요구였다. 이명석 울산시 대중교통과 주무관은 “KTX 울산역이 인접한 언양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 승객은 하루 한두 명꼴이다. 버스업체가 경남도에 언양 철수의사를 밝힌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지난달 12일 공문을 통해 ‘노선폐지 불가 의사’를 경남도에 전했다.

 2010년 11월 울주군 언양읍에 KTX 울산역이 들어선 뒤 시외버스와 항공기 이용객이 급감하고 있다. 교통수요의 대변화라 할 수 있다. 울산시는 운송업체들의 의견에 따라 KTX에 치우친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KTX 울산역은 개통 직후 하루 평균 8551명이던 이용객이 올 11월 하루 평균 1만1709명으로 37% 급증했다. 개통 2년 만인 올 11월까지 398만여 명이 이용해 서울과 부산, 동대구에 이어 수송객 규모 전국 4위를 자랑한다. 운행 횟수도 개통 초 주중 46회, 주말 52~53회에서 올 9월 기준 주중 62~63회, 주말 67~71회로 각각 16~18회 증편됐다.

 반면에 울산공항은 2010년까지 한 해 98만여 명이던 이용객이 지난해 59만8000여 명, 올 11월 현재 48만6000여 명으로 반 토막 났다. 탑승률은 KTX 개통 전 81.2%에서 개통 한 달 만에 53.9%, 올 들어 50%로 떨어졌다. 울산~서울 항공편은 KTX 개통 전 하루 왕복 26편에서 현재 14편으로 줄었다.

 시외버스는 2010년까지 연간 266만여 명이 이용했다. 33개 버스업체가 서울과 대전·대구 등을 오가는 버스를 운행했다. 하지만 KTX 개통 다음 해인 지난해는 이용객이 160여만 명으로 확 줄었다. 올해는 더 줄면서 일부 업체가 울산 철수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TX에 이용객이 몰리는 것은 가격대비 시간이 절약되는 이점 때문. 울산 시외버스터미널(남구 삼산동)에서 서울로 가려면 요금 2만2500원에 4시간40분이 걸린다. 언양 시외버스터미널에서도 마찬가지다. 항공기는 1시간여 만에 서울로 갈 수 있지만 요금이 8만6200원이나 된다. 운항시간도 1~3시간 간격으로 일정하지 않다. 하지만 KTX는 1시간에 2편 이상 있고, 요금 4만7500원에 2시간20분 만에 서울에 갈 수 있다.

 울산시는 폐쇄위기에 몰린 울산공항의 이용객을 늘리기 위해 저가 항공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 10월 울산상공회의소 회원사들과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KTX와 연계해 버스 이용률을 높이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2016년까지 4667억원을 들여 KTX 울산역에 지하 4층·지상 31층 규모(건축면적 19만8000㎡)의 복합환승센터를 지어 두 곳의 시외버스터미널을 유치할 계획이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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