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금고 첫 `지분처분명령' 의미와 배경]

중앙일보

입력

금융감독원은 G&G그룹 이용호씨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상호신용금고 등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금고에 대해 대주주 지분처분명령을 내리는 등 강력한 규제에 나섰다.

금감원이 이처럼 신용금고 대주주의 지위를 박탈하는 극약처방도 불사하는 것은 금고에의 불순한 자금 유입을 사전차단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에 다름아니다.

지난해 열린금고나 동방금고에 연루된 정현준.진승현씨 사건때에도 불순한 자금이 유입돼 금고를 장악한 뒤 고객들의 예금을 전용한 금융사고가 발생했었다.

또한 최근 이용호씨 사건도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D금고가 연루된 것으로 검찰조사결과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D금고는 이씨에게 자금을 빌려주기도 했으며 실제 이씨의 주가조작에도 관여한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불순한 자금이 금고를 노리는 것은 비교적 적은 자금으로 쉽게 장악할수 있는데다 은행처럼 대주주자격에 대한 특별한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현준.진승현 사건으로 대주주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자 최근에는 실질대주주 대신 속칭 `바지'를 내세우는 새로운 수법으로 금고장악을 기도하는 사례가드러나고 있다.

이용호씨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D금고의 경우 현재 대주주로 돼있는 Y씨가 이 금고를 인수하면서 인수자금은 고작 46억원을 썼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검찰조사결과 이씨는 이 금고의 실질대주주로 알려진 김모씨와 공모해이 금고로부터 100억여원을 대출받아 주가를 조작, 154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있었다.

또한 이씨 등은 D금고 인수와 관련해 주가조작을 한 혐의도 일부 포착돼 검찰이 조사중이다.

실제로 이 금고가 인수될 당시인 지난해 10월 M&A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11일간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으며 주가가 25일만에 5.2배로 올랐다.

이같은 이유로 사채업자 등 일부 불순한 `큰 손'들의 금고 장악기도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감독당국의 분석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관련제도가 허술해 금고장악기도를 오히려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금고업법상 금고의 인수는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돼 있어 일정한 요건만갖추면 어떤 자금에 의해 인수가 이뤄지는 지를 따질 수 없게 돼 있다는 것이다.

당초 금감원은 금고의 이같은 취약성을 우려, 허가제로 할 것을 제안해 관련법안이 상정됐었다. 그러나 은행을 제외한 모든 금융기관 인수는 신고제로 돼 있어 금융규제완화노력에 역행한다는 이유로 국회에서 제동이 걸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으로서는 금고 인수신고가 들어오면 이들이 실질 대주주인지가려내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금감원은 일단 인수신고가 이뤄진 금고 가운데 출처가 의심되는 자금이 흘러들어온 것으로 판단되면 출처조사를 벌여 지분처분명령 등을 내리고는 있으나 관련 대주주가 완강하게 자신의 자금임을 주장할 경우 실질 대주주를 가려내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손쉬운 인수와 인수후 자금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불순한 자금의 금고장악기도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실질 대주주가 누구인지 가려내기가 힘들어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며 "관련제도 개선 등을 고심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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