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과천 부동산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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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기자]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이삿짐을 꾸리는 공무원들을 보며 과천시가 눈물을 글썽입니다. 지난 30년간의 정부 과천청사 시대가 저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때 '준강남'으로까지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과천 부동산 시장이 청사 이전(세종시)으로 모래성 신세가 됐습니다.

2000년대 중반 3.3㎡당 가격이 서울 강남권(서초·강남·송파구)보다 높게 형성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파트 값이 최고점 대비 반토막 상태입니다.

그런데도 찾는 사람이 없어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은행 자료를 보면 과천 집값은 지난해 4월부터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올 들어서 10월말 현재까지 9%나 주저앉았습니다.

"차라리 문을 닫는게 나을 것 같아요. 전월세 계약만으로는 생계 유지가 어려운데 매매가 거의 끊겼으니…". 별양동 A공인 관계자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토로합니다.

상가 매물 쏟아지자 권리금도 '바닥'

과천에는 총 12개 단지(1~12단지) 12400여가구의 주공아파트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3·11단지는 재건축을 마쳐 래미안 슈르(3143가구)와 래미안 에코팰리스(659가구)로 재탄생했습니다.

남은 주공아파트 단지 가운데 1·2·6·7단지가 재건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중층 아파트인 4·5·8단지와 늦게 지어진 9·10단지는 재건축 움직임이 아직 없습니다.

과천 아파트값은 재건축 본격화라는 호재에도 꿈쩍도 않고 있습니다.

재건축 사업이 빠른 편인 2단지 전용 59㎡형은 현재 57000~6억원 선에 시세가 형성됐습니다. 2006년말~2007년 초까지만 해도 95000만원까지 호가했던 집이지만 고점 대비 40%나 내린 가격입니다.

래미안슈르 전용 84㎡형도 5억원대 후반에 급매물이 나와있습니다. 전성기였던 2009 3분기(93000만원)에 비해 3억원 이상 빠진 금액입니다.

원문동 B공인 관계자는 "정부청사 이전과 보금자리주택 건설 악재가 겹치면서 매수세가 끊겼다"고 말했습니다.

부처 이전에 따른 영향은 이 지역 상가시장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청사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해왔던 청사 앞 중앙동과 별양동 중심상가 상인들의 한숨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청사 상주인구와 유동인구까지 합하면 하루 평균 1만여명이 지역 상가를 이용해 왔는데 다른 기관이 입주할 때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면서 이 지역을 떠나려는 상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중앙동 D공인 관계자는 "국토부 등 5개 중앙부처 이전이 끝나면 청사 리모델링을 거쳐 방송통신위원회 등 다른 14개 기관들이 들어올 예정이지만 1년간 버티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한 상인들이 장사를 접고 있다" "매물은 많은데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권리금도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중앙동이나 별양동 중심상가 1층 점포의 경우 1~2년 전만해도 33㎡짜리 점포의 권리금이 1억원을 호가했지만 지금은 권리금없이 들어갈 수 있는 점포가 많은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과천의 아파트값을 지탱해주던 청사가 본격적으로 이전을 시작했기 때문에 당분간 과천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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