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만으로 앞날 없다… 서비스산업 강국 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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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투자 부진, 경기후퇴, 증시침체 등이 우리 경제의 '오늘의 날씨' 다.

그러나 더 큰 걱정은 우리 경제의 '미래 기상도' 다. 이미 '세계의 공장' 이 된 중국이 제조업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일본과의 기술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요컨대 중국.일본 사이에 끼여 이대로 가만 있다가는 먹고 살 거리뿐 아니라 일자리도 점점 줄어들 것이 뻔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다음과 같은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

① 중국산이 한국산을 미국.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 밀어내고 있다. 1999년에 중국산이 세계 1위를 차지한 제품은 TV(점유율 36%).세탁기(24%).에어컨(50%).냉장고(21%).복사기(60%).오토바이(49%) 등으로 줄을 이었다.

② 전세계 주요 기업만이 아니라 한국의 내로라 하는 일류기업들도 생존을 위해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삼성SDI가 4억3천만달러를 투자한 중국 선전(深□)공장은 동종 업계에서 세계 최고수준이다.

③ 한.중.일 첨단산업 8개 업종의 경쟁력을 비교해 보니 반도체.정보통신.방송기기 분야의 경쟁력 격차가 한.일 사이에선 더욱 벌어지고 한.중 사이에선 줄어들고 있다(산업자원부 조사).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며 개방이 진전됨에 따라 한국의 설 땅은 더욱 좁아질 것이다. 여기서 눈을 돌려 주위를 좀더 넓게 둘러보자.

④ 서울을 중심으로 반지름 1천2백㎞의 원을 그려보자.

그 안에는 7억명이 살고 있다. 유럽 인구 3억5천만명의 두배다. 중국의 부상 등에 힘입어 동북아의 경제규모는 90년 세계 경제의 16%(국내총생산 기준)에서 2010년에는 27%로 커질 전망이다. 경제 블록화가 이루어진다면 세계 최대 규모가 된다.

⑤ 인천국제공항은 단일 공항건물로는 세계 최대다. 한국의 국제항공화물 취급량은 세계 2위다. 부산.광양항(港)에는 여기서 짐을 마지막으로 풀거나 처음 싣는 양보다 거쳐가는 물동량이 훨씬 많다(연간 2백45만 TEU). 태평양 항로는 동남아를 거쳐 부산(광양)~동해~일본 북부를 지나는 것이 최단거리이기 때문이다.

⑥ "아시아에서 1%밖에 안되는 땅(남한)을 명동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주변 강국들의 변두리 땅으로 만들 것인가" (한국해양수산원 임종관 부연구위원), "동북아의 '경제 사랑방' 을 열어놓자. 중.일.미.러 등 강대국의 기업.사람들이 우리 국토에 와서 '놀고 먹고 장사하게' 해서 동북아의 무게중심이 되자" (인천대 송희연 동북아통상대학장).

이젠 제조업만으론 안된다.

더욱 긴밀해지고 더욱 열려가는 동북아 경제권을 두루 보고 물류.관광.문화.국제회의.금융 등 고부가가치를 창조하는 서비스산업을 일궈야 한다. 이른바 신(新)3차산업들이다.

중국은 상하이(上海)를 10년 안에 동북아 최대의 컨테이너 항구로 만든다는 계획을 올 1월 발표했다.

중국의 상하이, 대만의 가오슝(高雄), 말레이시아의 라부안, 일본의 오키나와(沖繩).오사카(大阪).고베(神戶), 싱가포르 등은 이미 물류.관광.국제회의 등의 분야에서 서울.영종도.제주도 등을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관광객을 위한 도로표지판에서부터 기업간의 이해를 조정할 법규에 이르기까지 영어는 여전히 생소하고,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분야에서 외국인과 상대하며 뛸 전문인력도 부족하다. 지난해 국내총생산 중 서비스업의 비중은 52.7%였다. 대부분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지금도 한반도의 땅.바다.하늘에서는 우리가 잡아채지 못하는, 막대한 부가가치가 우리 곁을 그냥 스쳐 지나가고 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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