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 [시가 있는 아침] 조정권 '산정묘지 1'

    겨울 산을 오르면서 나는 본다. 가장 높은 것들은 추운 곳에서 얼음처럼 빛나고, 얼어붙은 폭포의 단호한 침묵. 가장 높은 정신은 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허옇게 얼어터진 계곡과

    중앙일보

    2001.02.27 00:00

  • [시가 있는 아침] 김춘수 '西風賦'

    너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닌데, 꽃인 듯 눈물인 듯 어쩌면 이야기인 듯 누가 그런 얼굴을 하고, 간다 지나간다. 환한 햇빛 속을 손을 흔들며…… 아

    중앙일보

    2001.02.26 00:00

  • [시가 있는 아침] 신현림 '자화상'

    울음 끝에서 슬픔은 무너지고 길이 보인다 울음은 사람이 만드는 아주 작은 창문인 것 창문 밖에서 한 여자가 삶의 극락을 꿈꾸며 잊을 수 없는 저녁 바다를 닦는다 - 신현림(1961

    중앙일보

    2001.02.24 00:00

  • [시가 있는 아침] 김지하 '형님'

    희고 고운 실 빗살 청포 잎에 보실 거릴 땐 오시구려 마누라 몰래 한바탕 비받이 양푼갓에 한바탕 벌려놓고 도도리장단 좋아 헛맹세랑 우라질 것 보릿대 춤이나 춥시다요 시름 지친 잔주

    중앙일보

    2001.02.23 00:00

  • [시가 있는 아침] 박두진 '靑山道'

    티끌 부는 세상에도 버레 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 어릴 볼이 고운 나의 사람, 달 가고, 밤 가고, 눈물도 가고

    중앙일보

    2001.02.22 00:00

  • [시가 있는 아침] 박재삼 '울음이 타는 가을江'

    마음도 한자리에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

    중앙일보

    2001.02.21 00:00

  • [시가 있는 아침] 김수영 '봄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

    중앙일보

    2001.02.20 00:00

  • MC 김세원씨 시낭송CD 제작

    "맛이 좋다" "똑 떨어진 작품이다" . 미술 작가들끼리 작품을 거론할 때 서로간에 툭툭 던지면서 느낌을 확인하는 말 들이다. 평론가들의 구구한 설명과 달리 핵심에 육박하는 이런

    중앙일보

    2001.02.20 00:00

  • [시가있는 아침] 오규원 '한 잎의 여자'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쪼그만 여자, 그 한 잎의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중앙일보

    2001.02.19 00:00

  • [꾸러기 책광장] '애벌레의 모험' 外

    ◇ 애벌레의 모험 글·그림: 이름가르트 루흐트 김경연 옮김 풀빛, 8천원 햇살이 눈부신 한여름, 배고픈 애벌레가 야생 당근을 찾아 길을 떠난다. 거대한 자동차, 커다란 새 등을 만

    중앙일보

    2001.02.17 10:11

  • [시가 있는 아침] 김남주 '사랑'

    사랑만이 겨울을 이기고 봄을 기다릴 줄 안다. 사랑만이 불모의 땅을 갈아엎고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릴 줄 안다. 천년을 두고 오는 봄의 언덕에 한 그루의 가실을 끝낸 들에서 사랑만

    중앙일보

    2001.02.17 00:00

  • [꾸러기 책광장] '애벌레의 모험' 外

    ◇ 애벌레의 모험(이름가르트 루흐트 글.그림, 김경연 옮김, 풀빛, 8천원)〓햇살이 눈부신 한여름, 배고픈 애벌레가 야생 당근을 찾아 길을 떠난다. 거대한 자동차, 커다란 새 등을

    중앙일보

    2001.02.17 00:00

  • [시가 있는 아침] 이문제 '노독'

    어두워지자 길이 그만 내려서라 한다 길 끝에서 등불을 찾는 마음의 끝 길을 닮아 물 앞에서 문 뒤에서 멈칫거린다 나의 사랑은 얼마나 어둡길래 등불 이리 환한가 내 그림자 이토록 낯

    중앙일보

    2001.02.16 00:00

  • [시가 있는 아침] 조용미 '流謫(유적)'

    오늘밤은 그믐달이 나무 아래 귀고리처럼 낮게 걸렸습니다 은사시나무 껍질을 만지며 당신을 생각했죠 아그배나무 껍질을 쓰다듬으면서도 당신을 그렸죠 기다림도 지치면 노여움이 될까요 저물

    중앙일보

    2001.02.14 00:00

  • [시가 있는 아침] 한용운'해당화'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합니다. 철모르는 아이들은 뒷동

    중앙일보

    2001.02.14 00:00

  • [시가 있는 아침] 조운 '산에 가면'

    산에 가면 나는 좋더라 바다에 가면 나는 좋더라 님하고 가면 더좋을 네라만! -조운(1900~47년 월북) '山에 가면' 단풍 든 산만, 어찌 바다만 그렇게 좋겠는가. 눈 오는 솔

    중앙일보

    2001.02.13 00:00

  • [시가 있는 아침] 허만하 '길'

    어머니 저는 어머니가 걸었던 바람 부는 길을 이젤처럼 둘러메고 양구를 떠났습니다. 나는 겨레의 향내가 되고 싶습니다. 가야 토기의 살갗같이 우울한 듯 안으로 비바람에 시달린 바위의

    중앙일보

    2001.02.12 00:00

  • [시가 있는 아침] 고두현 '남으로 띄우는 편지'

    봄볕 푸르거니 겨우내 엎드렸던 볏짚 풀어놓고 언 잠자던 지붕 밑 손 따습게 들춰보아라 거기 꽃 소식 벌써 듣는데 아직 설레는 가슴 남았거든 이 바람 끝으로 옷섶 한 켠 열어두는 것

    중앙일보

    2001.02.10 00:00

  • [시가 있는 아침] 백석 '모닥불'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지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락잎도 머리카락도 헝겊쪼각도 막대꼬치도 기와장도 닭의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門長늙은이도 더부살이도

    중앙일보

    2001.02.09 00:00

  • [시가 있는 아침] 천상병 '강물'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

    중앙일보

    2001.02.08 00:00

  • [시가 있는 아침] 김종삼 '묵화'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 김종삼(81) '墨畵' 시집 『북치는 소년』이 뒷주머니에서 빠져

    중앙일보

    2001.02.07 00:00

  • [시가 있는 아침] 김영태 '김수영을 추모하는 저녁 미사곡'

    花園(화원)에 가도 마음 달랠 꽃이 없어 나는 徒步(도보)로 그대, 무덤 곁으로 간다 무덤은 멀다 노을 아래로 노을을 머리에 이고 타박타박 駱駝(낙타)처럼 걸어간다 내가 그대에게

    중앙일보

    2001.02.06 00:00

  • [시가 있는 아침] 신동엽의 '山에 언덕에'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山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그리운 그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없어도 맑은 그 숨결 들에 숲 속에 살아갈 지어이. 쓸쓸한 마음으

    중앙일보

    2001.02.05 00:00

  • [시가 있는 아침] 이성복 '서시'

    간이 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

    중앙일보

    2001.02.0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