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CD금리 조작 의혹 … 대체지표 개발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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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의 담합 또는 조작 여부를 가리기 위해 증권사와 시중은행을 상대로 조사에 들어갔다. 본지가 지난 12일자 E2면에서 의혹을 제기한 지 1주일 만에 신속하게 조사를 개시한 것이다. 공정위가 조사 중인 CD금리(만기 3개월물)는 기업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 은행이 취급하는 주요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금리로 쓰이고 있다. 본지가 제기한 의혹의 핵심은 이 CD금리가 지난 4월 9일부터 7월 11일까지 무려 3개월간이나 3.54%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만기 3개월짜리 통화안정증권 금리가 3.38%에서 3.22%로 0.16%포인트나 떨어진 것과는 딴판이기 때문이다.

 만일 담합이나 조작을 통해 CD금리가 인위적으로 고정됐다면 은행은 그 금리차만큼 부당한 이득을 얻은 것이고, 기업과 가계는 그만큼 이자를 억울하게 더 낸 셈이다. 이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범죄적 사기행위가 아닐 수 없다. 공정위가 철저한 조사를 통해 담합과 조작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이유다.

 시중은행들은 시중 실세금리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CD금리가 내리지 않은 것은 CD의 발행과 거래가 격감해 사실상 ‘식물 금리’로 전락했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2009년부터 CD를 예금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은행의 CD 발행이 줄고 그에 따라 거래량도 감소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CD 거래량은 2010년 1월 9조5000억원에서 올 6월에는 2조25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CD금리가 시장금리를 대표하기 어려울 만큼 위상이 추락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거래 규모가 줄었다고 해도 3개월씩이나 금리가 꼼짝하지 않았다는 것은 여전히 납득하기 어렵다.

 설사 공정위 조사 결과 CD금리의 담합이나 조작이 없었다 해도 3개월간이나 시장금리를 반영하지 못한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조작이든 아니든 비정상적으로 고정된 CD금리 때문에 은행은 부당한 이득을 챙겼고, 고객은 그만큼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CD금리가 시장금리를 반영할 수 없게 됐다면 금융당국과 은행은 진작에 변동금리의 기준을 다른 지표로 바꿨어야 했다. 고객의 이해와 직결된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금리가 대표성을 상실했는데도 그대로 방치한 것은 금융당국과 은행 모두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공정위의 조사와는 별도로 CD금리를 대체할 단기 기준금리 지표의 개발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