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칠칠맞지 못한 그에게 온 연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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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올림픽 개막식, 한 선수가 입장하는 모습이 잡힌다. 4년을 준비했다는 비장한 목소리와 함께 그의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그때 날아온 문자메시지. “남대문 열렸네!” TV로 개막식을 지켜보던 아버지가 아들의 ‘칠칠맞은 모습’에 깜짝 놀라 보낸 것. 당황한 선수는 피켓으로 급하게 앞을 가리며 위기를 모면한다.

 한 이동통신사가 선보인 광고 영상을 간략하게 옮겨 놓은 이 글에는 오류가 있다. 남대문이 열린 모습과 ‘칠칠맞은 모습’은 거리가 멀다. ‘칠칠맞지 못한 모습’이라고 해야 의미가 통한다.

 ‘칠칠맞다’는 ‘칠칠하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주접이 들지 않고 깨끗하고 단정하다, 성질이나 일 처리가 반듯하고 야무지다는 뜻이다. ‘칠칠맞다’는 단독으론 잘 사용하지 않고 주로 ‘못하다’ ‘않다’와 어울려 부정형으로 쓰인다. ‘못하다’ ‘않다’를 생략하면 낱말 본래의 뜻인 긍정의 의미가 되므로 ‘칠칠맞은 모습’은 단정한 모습 또는 야무진 모습을 가리키는 것이다. ‘칠칠맞지 못하다’ 또는 ‘칠칠맞지 않다’고 해야 옷차림이나 행동거지가 깔끔하지 않은 게 된다.

 “중요한 일을 칠칠맞지 못한 이에게 맡길 순 없지!” “제아무리 칠칠맞지 못한 이도 비행기 정비 일을 하다 보면 꼼꼼해질 수밖에 없다”처럼 사용해야 한다. ‘칠칠하다’를 넣어 ‘칠칠하지 못한(않은) 이’라고 표현해도 된다. ‘칠칠하지 않은’을 ‘칠칠찮은’으로 줄여 쓰기도 한다.

 누군가를 빈정거리거나 나무라는 투로 말할 때 “칠칠맞기는(칠칠하기는)!”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지만 ‘칠칠맞지(칠칠하지) 못하기는!”이라고 해야 바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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