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미국의 보호주의 바람 … FTA 비준 더 미룰 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어제 미국 의회는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두 개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보복관세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이 그것이다. 어제 상원을 통과한 ‘2011 환율 감독개혁법’이라는 보복관세법의 주 타깃은 물론 중국이다. 중국이 인위적으로 위안화를 저(低)평가해 수출을 늘리고 있다고 보는 미국은 이 법으로 중국 상품에 무차별적으로 보복하려 들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도 환율조작국으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발효될지는 미지수다. 하원 통과라든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 등 절차가 아직 남아 있다. 게다가 중국의 반발이 거세고, 무역전쟁을 우려하는 세계의 따가운 눈길도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이 법이 설령 통과되지 않더라도 보호주의로 회귀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은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보호주의의 유혹은 더 심할 것이다. 무역의존도가 대단히 높은 우리가 받는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FTA는 속히 발효돼야 한다. 미국의 보호주의 파고를 넘으려면 FTA가 최선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미국의 비준 속도가 오히려 더 빠르다. 우리는 이제 겨우 상임위에 법안을 상정했을 뿐이지만 미국은 다 끝냈다. 오늘 상하 양원의 본회의만 남았는데, 통과가 확실시된다. 우리는 법안 소위 심사와 상임위 표결, 본회의 표결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게다가 야당은 여전히 강한 반대다. 재재협상 또는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게 꼬인 데는 정부· 여당의 책임이 크다. 진작 야당과 적극적으로 협상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나 몰라라’ 식으로 일관했다. 정부가 국회에 협조를 요청한 것도 엊그제가 처음이었다니 참으로 한심한 정부·여당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한다. 야당의 주장 가운데 일리 있는 건 적극 수용해야 한다. 야당도 무조건적인 반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익을 생각한 통 큰 정치를 해주길 당부한다. FTA는 그래도 하는 게 이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