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을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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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북한은 주민들이 먹을 것이 없어 유랑하고 굶어죽는데도 김정일 생일 선물 구입에 엄청난 돈을 사용했다. 또한 남북 군사회담이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자 일방적으로 회담장에서 철수했으며 그것도 모자라 미국에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의하면서 자기들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한반도에 핵 참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을르는’ 행위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위에서처럼 ‘상대방이 겁을 먹도록 무서운 말이나 행동으로 협박하다’란 뜻으로 ‘을르다’를 사용하는 사례가 흔하지만 표준어는 ‘으르다’다. ‘으르다’는 ‘으르니, 으르고, 으르면, 을러’처럼 활용한다. 즉 ‘으르+어’ 형태가 될 때 ㄹ이 하나 더 붙어 ‘을러’로 바뀌는 ‘르 불규칙 용언’이다. 하지만 ‘으르+는’에는 ㄹ이 덧붙지 않으므로 ‘을르는’으로 쓰면 안 된다.

 이와 비슷한 유형의 단어로 ‘어르다’가 있다. “몸을 움직여 주거나 어떤 행동을 해 어린아이를 달래거나 기쁘게 해 주다”란 의미를 지녔다. 이것 역시 “아기는 엄마가 얼르면 방긋 웃기도 한다”처럼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얼르다’가 아니라 ‘어르다’가 바른 단어이므로 ‘어르면’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얼러도 반응이 없는 아기”처럼 쓸 수는 있다. ‘어르+어도’에는 ㄹ이 덧붙기 때문이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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