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공부] 학부모들이 말하는 미국 보딩스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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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조기 유학을 고려하고 있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그들이 선호하는 학교는 유명 사립학교나 명문 공립학교. 그중에서도 미국 명문 보딩스쿨(기숙형 사립학교)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아이비리그 대학 진학률이 높기 때문이다. 자녀를 미국 보딩스쿨에 보낸 학부모들을 만나 생생한 경험담을 들었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보딩스쿨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들은 “아이 스스로 보딩스쿨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현영숙, 김영기, 윤미정씨. [김진원 기자]

학생수, 성향, 학교 분위기 등 꼼꼼히 살펴야

윤미정씨(49·서울 서대문구)는 자녀의 보딩스쿨을 선택할 때 ‘다양한 문화 경험을 할 수 있는지’ ‘여러 인종과 어울릴 수 있는지’에 중점을 뒀다. 김영기(44·성남시 분당구)씨는 학생 관리가 잘되는 학교를 찾았다. 특히 한국 학생의 사례를 살폈다. “한국 학생이 좋은 대학을 간 곳을 선택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그의 아들은 지금 브룩스 스쿨(Brooks School)에 재학 중이다.

 학생 수나 학생 성향도 중요하다. 현영숙(50·서울 강남구)씨는 “데이(통학) 학생 수가 많은 경우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학교가 썰렁할 수 있다”며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보딩학생들이 힘들어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유학을 떠나기 전 적성검사로 자녀의 성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씨는 “자녀의 성격이 소극적이면 학생 수가 적은 곳에서 친밀감을 느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외향적이면 스포츠, 문화·예술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큰 보딩스쿨을 고르는 게 좋다. 김씨는 보딩스쿨을 결정하기 전 관련 온라인 카페인 ‘넓은 세상 우리’ ‘서유견문’ 등의 오프라인 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현지 학교 분위기 등을 선배 학부모들로부터 들을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됐어요.”

 김씨의 아들은 보딩스쿨에 입학하기 전 미국 현지에서 중학교를 다녔다. 그는 “미국 보딩스쿨에서는 스펙이 같더라도 현지 경험이 있는 학생을 선호한다”며 “입학 후에도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컬럼비아대를 다니고 있는 윤씨의 아들도 미국에서 중학교를 다닌 뒤 세인트 스티븐 에피스코팔 스쿨(St. Stephen’s Episcopal School)에 입학했다.

 보딩스쿨에 자녀를 보낸 선배 학부모들은 “국내에서 바로 미국 보딩스쿨에 가는 것보다 캐나다 등 영미권에서 두 달 정도라도 현지 문화 경험을 한 뒤 지원하는 게 유리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의 추천서는 학생의 장점만 이야기하는 반면 미국 교사들은 솔직한 편이어서 보딩스쿨 입학사정관들이 더 신뢰한다는 것이다.

‘왜 미국에서 공부해야 하는지’부터 결정

자녀가 모두가 원하는 보딩스쿨에 입학했다고 해서 부모의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일단 입학만 하면 학교에서 모든 걸 다 알아서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해다. 윤씨는 “11학년쯤 되면 한국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학교에서 정보를 주지 않아 SAT 시험을 치러야 하는 시기를 놓친 경우까지 있었다는 것이다. 평소 적극적으로 담당 카운슬러를 찾아야 한다. 윤씨는 “우리 성향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미국인들은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하지 않는 것을 삶의 열정이 없는 것으로 치부한다”고 설명했다.

 부모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자녀가 학교에 정보를 요청하지 못한다면 SAT 준비나 섬머스쿨, 세미나 등의 정보를 부모가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를 위해 보딩스쿨을 보낸 학부모들을 만나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교사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해도 되는지, 소극적인 태도가 나은지 등도 파악해 자녀에게 도움을 준다. 그는 “다양한 정보는 주되 적극적인 개입보다는 아이 스스로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대학 보내기만을 위해 보딩스쿨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김씨는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최종 목표를 제대로 정해 처음부터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미국에서 대학을 나와 그곳에서 계속 살 것인지 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직업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다. 보딩스쿨 선택과 함께 ‘왜 미국에서 공부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김씨는 “간혹 한국에서 적응하지 못해 미국 보딩스쿨에 가는 경우가 있다”며 “학생 본인이 원치 않는데 부모에게 등이 떠밀려 가면 대부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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